생텍쥐페리 명작 '어린 왕자'가 경상도 사투리 옷을 입고 독자들을 찾는다. 제목 '애린 왕자'부터 시작해 머리말, 헌사, 본문 등 전부가 방언이다. 단행본·전자책·오디오북 등으로 이르면 금주 중 출간 예정이다.
이 책은 해외에서 먼저 나왔다. 지난 6월 독일 출판사 틴텐파스가 발간해 독일과 영국 등지 교민들과 연구자들 주목을 받았다. 초판본 300부는 이미 매진됐다. 틴텐파스는 명저 번역을 통해 전 세계 여러 언어들을 수집하는 전문 출판사로 이곳 번역본 중에는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중세 프랑스어·모스부호 버전 어린왕자도 있다.
'애린 왕자'는 포항에서 나고 자란 번역가 최현애가 썼다. 그는 원어민이지만 연구자에게 자문하고 고대 문헌도 찾아보며 최대한 실제에 가깝게 번역했다. 이런 과정들을 거쳐 '양(sheep)'은 '부리망'이 '홍오리'는 '허거리'가 됐다.
표준어 '어린 왕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애린 왕자'가 필요한 이유는 뭘까.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최 번역가는 "사투리는 지역 문화와 정서·역사를 담고 있는 하나의 그릇"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어린 왕자는 슬픈 얘기예요. 어른들 세계를 너무 많이 알고 있는 어린 왕자가 지구에 왔다 다시 떠나는 내용이죠. 그렇지만 경상도 감성의 '애
지역에 대한 편견이나 혐오를 해소하기 위한 것도 있다. 최 번역가는 "제주·전라·충청 뿐 아니라 평안·함경도까지 아우르는 팔도 사투리 컬렉션을 만들어보고 싶다"고도 했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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