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지 작가 |
이영지 작가(46)의 나무는 책 위에서도 자동차 안에서도 싱그럽게 자라나 관람객을 사로잡는다. 나무 만큼이나 작가도 희한하다. 작품이 불티나게 팔리는데도 가격을 거의 올리지 않는다. 3년전 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 오래된 한지 느낌을 내기 위해 수없이 밑색을 칠하고 잎 하나하나와 풀 한 포기씩 일일이 그리는 노동집약적 작업에도 작품값에 욕심을 내지 않는다.
↑ 고마운 하루 162X112 장지위에 분채 2021. [사진 제공 = 선화랑] |
서울 잠실에 사는 그는 하루도 쉬지 않고 경기도 하남시 작업실로 가서 그림을 그린다. 한 달 평균 100호 작품 1점을 완성할 정도로 고된 작업이어서 손을 쉴 수 없다. 그는 "내 그림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위해 더 열심히 그려서 가치를 올려야 겠다는 마음으로 작업한다"고 강조했다.
↑ 항상 내곁에 있어주길 140X90 장지위에 분채 2021. [사진 제공 = 선화랑] |
"한국화 작가가 점점 더 사라져 가는 것 같아서 나라도 전통을 지키고 싶어요. 밑작업도 먹을 사용해 오래된 벽이나 한지 느낌이 나게 하죠. 먹의 농담에 따라서 매번 결과물이 달라지는 우연의 효가가 너무 재미있어 빠져들어가요. 비슷한 색을 낼 수는 있어도 똑같은 색은 못냅니다."
↑ 내 세상에게 60X170 장지위에 분채 2021. [사진 제공 = 선화랑] |
↑ 모든 순간이 행복해 45.5X53 장지위에 분채 2021. [사진 제공 = 선화랑] |
긍정적이고 따뜻한 작가의 그림이 팬데믹 시대 인스타그램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곳을 통해 그림 주문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이번 개인전 전시작 54점 중 90%가 이미 팔렸다. 단풍을 그린 작품 '그대 있음에'는 굴지 대기업에서 구입해갔다.
↑ 모든 순간, 너와 72.7X60.6 장지위에 분채 2021. [사진 제공 = 선화랑] |
원혜경 선화랑 대표는 "기존 컬렉터가 아니라 처음 보는 고객들이 많이 사갔다"며 "젊은 세대는 아이방에 걸 그림으로 선호하더라"고 밝혔다.
↑ 이 순간을 믿을게 130.3X324 장지위에 분채 2021. [사진 제공 = 선화랑] |
작가는 "응원하는 댓글 덕분에 무사히 완성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용기를 내서 더 큰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유난히 가는 줄기 나무는 작가의 자화상이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부모를 잃은 후 나무를 그리면서 슬픔을 견뎠다고 한다. 그는 "가녀린 줄기가 저 울창한 잎을 받치려면 강해야 한다"며 "처음에는 나무만 그리다가 주변 사람들을 의인화시킨 새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동안(童顔)이지만 그의 아들은 군대에 있다. 25세에 결혼한 후 육아에 매달리다가 이제야 작업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그는 "나의 20대가 거의 없었으니까 이제라도 내 시간을 가져야 세상이 좀 공평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전시는 8일까지.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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