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과불식-1901_가변설치, 180x200x230cm_Wire And Seeds_2019 전시전경 / 사진=김동석 展 |
석과불식의 의미로 기획한 김동석 작가의 개인전은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의 작품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살필 수 있고, 특히 작품세계의 변천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전시입니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1996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열 여덢 번째의개인전을 가진 중진 화가입니다. 수차례의 개인전에서 그는 어머니의 땅, 길, 씨앗 등의 주제를 선보여 왔으며, 일관된 주제의식과 다양한 변주의 조형성이 돋보인 작품을 창작해 왔습니다.
이번 개인전도 같은 연장선에서 기획되었다. 하지만, 종전의 회화 또는 조각적 회화와 함께 설치작품이 곁들여진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됩니다. 또한 설치작품은 이번 개인전의 주된 작품이며 그동안 작가가 추구했던 철학과 조형의지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김동석 작가의 설치작품은 씨앗이라는 오브제의 생명성을 전시장이라는 열린 공간 속에 함축하고 확산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는 이전까지 씨앗 오브제는 평면에 붙여서 회화적 조각으로서 평면과 입체, 색채와 물성의 조화를 유기적으로 보여주었던 것과는 다른 조형방식입니다. 오브제를 엮은 줄들이 구획하는 육면체의 공간 속에 군집의 씨알 형태의 원형 이미지가 철학적 관점에서는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라는 우리 전통의 우주 관념인 천원지방을 연상시키고, 미학적으로는 직선과 곡선이 조화를 이루면서 균형과 변화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철학적·미학적 조형성이 작가의 씨앗 오브제 설치의 결정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래로 길게 뻗은 줄들에 엮인 수백 개의 씨알들은 일정한 간격으로 조화롭게 엮여져 생명을 품은 객체이자 군집으로서 크고 작은 씨앗을 이룹니다. 이상적 비례와 균형을 갖춘 군집의 거대한 씨앗 이미지는 바닥에서 솟구치는 찬란한 빛의 향연 속에서 새로운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이는 식물의 생명체로뿐 아니라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와 이를 아우르는 우주이기도 합니다. 스스로 싹을 틔워 나무가 되는 작은 씨알에서 만물의 생명을 품은 우주로 확산된 것입니다.
이는 씨알이 갖는 '석과불식(碩果不食)'의 본질 때문에 가능합니다. 석과불식은 <주역>에 나오는 말로 ‘씨 과실은 먹지 않는다’는 뜻이다. 석과는 가지 끝에 남아 있는 마지막 '씨 과실'입니다. 석과는 땅에 그대로 두어 새로운 싹을 틔워 나무로 거듭나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석과불식에는 추운 겨울의 역경과 고난을 이겨낸 뒤 새로운 생명이 재탄생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이러한 석과불식의 의미를 갖는 김동석 작가의 설치작품은 그래서 더욱 각별합니다.
씨알은 화려한 꽃을 피운 뒤 맺은 열매의 결정체입니다. 그것이 땅속에 묻히면 움을 틔우고 싹이 돋아 나무가 된다. 그만큼 씨알은 성장과 발전을 의미하고, 자신의 몸을 태워 세상을 밝히는 촛불처럼 자신의 몸을 썩혀 생명을 환생시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