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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문화이야기] 서양화와 동양화 복원, 어떻게 할까?…"자연스러운 노화는 작품 일부로 봐주세요"

기사입력 2022-12-03 11:33 l 최종수정 2022-12-08 18:02
"복원의 최소화, 최근 트렌드"
간송미술관 수리 복원 역사, 대구 윤선갤러리서 오는 11일까지 소개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할 때 이따금 작품이 훼손되면 복원은 누가, 어떻게 하나 궁금해지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미술품 의사'인 복원사의 삶은 잘 알려지지 않은데요. 실제로 국내에서 서양화 복원을 하는 대표급 인원은 열 손가락 안에 들며, 동양 문화재 복원사들 역시 교육 과정을 거쳐간 인원 중 소수만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복원이라 하면, 2003년 개봉작인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남자 주인공이 피렌체에서 수련하던 모습 정도만 떠올리기 쉬운데요.

단순히 먹고 사는 문제를 떠나 문화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져가는 시대인 만큼, 이색 직업인 미술품 복원사 2명(서양화, 동양화)의 삶과 작업 과정을 취재했습니다.

"일에 대한 애정 필수…화학 또는 미술 이론·미술 실기 전공자 환영"

먼저 서양 근대 회화 보존 작업자인 에이엔에이보존의 김문정 대표를 만났습니다.

김 대표는 한국의 유영국, 박서보, 이우환, 김환기, 김창렬 등 세계의 미술 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국내 미술계 거장들의 작품을 다루고 있습니다.
기자와 대화하는 에이엔에이보존 김문정 대표 [사진=MBN]
↑ 기자와 대화하는 에이엔에이보존 김문정 대표 [사진=MBN]

김 대표도 처음에는 텔레비전을 보다가 이탈리아에서 미술품 복원하는 장면을 보고 이 직업군을 알게 됐습니다.

당시는 1990년대 말. 국내 수련 환경이 마땅치 않아 해외로 유학을 가야 했습니다.

서양화 복원을 배울 수 있는 대표적인 나라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일본입니다. 이중 프랑스의 에꼴 아르 에 아브니르 (L'École-Art et avenir)에서 4년간 회화와 도자기 보존 과정을 이수하고 국내에서 미술관 복원 전문 학예사 채용 때 기회를 잡아 첫 직장을 가졌다고 합니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동양 문화재 보존 쪽의 인프라는 갖춰졌지만, 근현대 서양화의 보존과 관련한 공부 과정은 드물고 또 상대적으로 해외에 공방과 미술관 등 일터가 더 많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해외 유학을 고려하게 되는 실정이라고 설명합니다.
에이엔에이보존 김문정 대표 [사진=MBN]
↑ 에이엔에이보존 김문정 대표 [사진=MBN]

복원사 직업을 가지려면 물질 변화를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화학이나 물리 등 보존과학 공부를 하거나, 또는 작가가 활동한 미술사조를 이해하기 위한 미술 이론과 미술 실기, 이렇게 셋 중에 하나를 전공으로 미리 공부해두는 것이 추천됩니다.

융합된 학문을 공부해야 하고 섬세해야 하기 때문에 일에 대한 애정은 필수입니다.

"노화 과정도 작품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훈련 필요"

복원 작업은 우선, 의뢰인의 손상을 인지하고, 손상이 맞다면 미술품 전문 운송업체를 통해 연구소로 반입한 뒤 '상태 조사'를 하고 이후 복원하는 절차로 이뤄집니다.

상태 조사를 할 때는 안료의 물성을 비파괴로 조사하는 XRF, 동시대 작품보다 균열과 박락이 심한 경우 숨은 이중 작품(겹쳐 그린 과거 그림 등)의 유무를 살펴보는 X-RAY 촬영, 들뜸과 미세 유실을 확인하는 현미경 등을 통한 분석 방식을 사용합니다.

복원을 시작할 때 크게 문제가 되는 경우는 균열과 박락. 곰팡이도 복원의 대상이 됩니다.

다만, 복원의 최소화가 최신 트렌드라 '노화 균열'은 복원 대상이 아니며, 작가의 의도하지 않은 '조기 균열'만 보존 처리가 이뤄집니다.
건조 균열-곰팡이 핀 모습-열 인두 스패츌러 (순서는 왼쪽부터 [사진=MBN]
↑ 건조 균열-곰팡이 핀 모습-열 인두 스패츌러 (순서는 왼쪽부터 [사진=MBN]

예를 들어, 작품이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노화 균열'은 틈 사이에 바닥층인 캔버스가 보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조기 균열'은 하위층의 물감이 보이는데, 작가가 말리는 시간을 잘 조절하지 못했거나 적절한 재료를 못 썼다거나 보존처리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원인이며, 보존용 접착제와 열 인두인 스패츌러로 60도 정도 열을 가해주는 방식 등으로 복원이 이뤄집니다.

하얀 곰팡이는 주변에 습도가 과한 경우에 주로 생기는데, 작품에 나타나는 것은 물론 액자에 먼지처럼 하얗게 끼기도 합니다. 이때는 발견 즉시 지체하지 말고 유기 화학용제로 세척하는 클리닝 작업을 해줘야 합니다.

"미술품 보관 적정 환경?…섭씨 20~24도, 습도 50~55%"

미술품 보관을 잘하려면 복원이 애초에 필요 없게 해야 할 텐데요. 기온 20~24도, 습도 50~55%를 유지하고 직사광선을 피해야 합니다.

특히 여러 번 칠해 층이 많은 유화 작품인데다가 석고보드 위에 그렸다면, 박락이 쉬울 수 있어 조심해야 합니다. 이럴 때 복원이 이뤄지면 작가의 붓칠한 느낌(마띠에르)을 그대로 살릴 수 있도록 안정화 처리 후 석고 층맞춤제를 사용하고 보존용 물감 등을 사용하게 됩니다.
박락-석고 층맞춤제 섞어 복원 (순서는 왼쪽부터) [사진=MBN]
↑ 박락-석고 층맞춤제 섞어 복원 (순서는 왼쪽부터) [사진=MBN]

스크래치도 조심해야 합니다. 스크래치가 나면 다른 복원 작업과 마찬가지로 '보존용 물감'을 사용해 색맞춤하는 작업 등이 이뤄지게 됩니다. 작가와 똑같이 작업한다면, 제3자가 한 것인지 알 수 없어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어느 정도 달라지겠죠.

"문화재 복원, 한국전통문화대학교의 산학연계 과정 추천"

동양화 복원은, 조선시대 서화 중심으로 작업하는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준비단 수리복원팀 이하나 학예사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학예사는 학부 때 미술이론을 공부했지만, 유물과 미술품을 안정화하고 싶다는 생각에 문화재청이 설립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해 지류회화 수리 복원을 공부했습니다.

과거에는 일본 유학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국내에 용인대의 문화재 보존 과정 등이 생겼고 특히 국립인 한국전통문화대학교는 산학연계가 잘 돼있습니다. 이 학예사도 이때 규장각과 간송미술관에서 경험을 쌓았고, 간송미술관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 학예사는 이 직업을 가지고 싶다면 단 하나밖에 없는 작품을 처리해 작업이 예민하다보니 애정을 가지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고, 미리 공부하면 좋을 분야로는 수학이나 화학 등 과학과 연계되는 분야, 미술이론, 또는 회화 전공을 추천했습니다.

"동양화는 복원할 때 '가필'하지 않는다…'형상' 일부러 안 그려"

동양의 지류 회화 복원 과정은 먼저 '처리 전 조사'로 각 부분별 색감과 산성도 등을 모두 확인하고, 이후 보존 처리를 위해 유물을 해체하는 작업을 합니다.

다음으로 붓이나 지우개로 오염물을 털어주는 건식 클리닝, 안료나 먹에 서양의 접착제 역할을 하는 아교를 도포하는 '안정화 처리'와 습식 클리닝 작업, 반듯하게 말리는 '평판 작업', 풀 기운이 떨어진 데 종이를 다시 붙여주는 '배접 작업' 등을 진행합니다.

동양화의 특성을 들자면, 그림을 액자 속에 넣는 것이 아니라 비단과 띠 등으로 장식해 유물을 보호한다는 점을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두루마기, 족자, 병풍으로 돼 있어 가로 주름이 생기기도 쉬워 원주율을 높인 '굵게마루축'에 새로 끼워 복원하곤 합니다.

코팅막 처리가 없다는 점도 동양화만의 특성이죠.

무엇보다 오래 된 문화재인 동양화를 복원할 때는 결손 부분을 채우지만, 형상까지 채워넣는 '가필'은 절대 하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즉, 구멍이 뚫리면 주변부와 비슷하게 색만 채워넣고 형상은 똑같이 복원 안 하는 것입니다.

심지어 색도 주변부가 100%라면 70% 정도만 되게 칠해, 보존 윤리상 보존처리한 부분은 30cm 뒤에서 볼 때 눈에 띄도록 합니다.

"벌레 먹어 눈 온 듯한 모습, 그대로 살려"

안견의 '추림촌거'와 심사정의 '삼일포' 수리와 보존 [사진=MBN]
↑ 안견의 '추림촌거'와 심사정의 '삼일포' 수리와 보존 [사진=MBN]

예를 들어볼까요? 위 작품은 심사정의 작품 '삼일포'의 복원된 모습입니다.

'삼일포'는 눈 내리는 풍경으로 유명해졌는데, 사실 보존 처리 전에 벌레가 먹은 채로 공개 됐기 때문에 잘못 알려진 것이었습니다.

우연히도 이 작품은 유독 벌레가 아름답게 둥글둥글 눈이 내리는 것처럼 작품을 먹었던 겁니다. 제대로 복원을 한다면, 벌레 먹은 부분을 똑같은 재질로 하되 살짝 연하게 해야 합니다. 이 학예사는 30%만 칠해주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눈'의 흔적을 남겼습니다.

이처럼 보존 처리한 부분은 육안으로 드러나도록 합니다. 특히 문화재의 보존 부위의 색을 밝게 처리하는 이유는, 시간이 지나면서 특정 안료의 경우는 열화가 되면서 그 자체의 색이 더 진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을 미연에 예방하기 위해서입니다.

"습도 55% 추천…오동나무 상자나 중성 종이상자로 싸줘야"

동양의 문화재 보관도 습도 55%가 적정합니다. 동양 작품은 비단이나 면으로 된 것이 많죠. 습기 손상을 막고 단단해 벌레의 습격으로부터도 보호해주는 오동나무 상자, 그리고 철분 성분의 노란색 산화를 막아줄 중성 종이상자로 유물을 싸줄 것이 추천됩니다.

수리 복원용 재료인 서화 보관용 오동상자는 우리 미술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간송 전형필 선생이 제대로 된 서화류 보관을 위해 꼭 챙겼던 물건이기도 합니다.
서화 보관용 오동상자-수리복원 염료 (순서는 왼쪽부터 [사진=MBN]
↑ 서화 보관용 오동상자-수리복원 염료 (순서는 왼쪽부터 [사진=MBN]

간송 전형필 선생은 유물의 수집뿐 아니라 보관도 중요하게 생각했는데요. 위 왼쪽 사진을 보면, 당시 전형필 선생이 오동상자를 제작한 후 스승이었던 위창 오세창 선생님에게 부탁해 상자에 작품의 제목과 작가에 대한 기록을 남겼던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위 오른쪽 사진을 보면 수리복원에 사용하고 있는 재료와 도구인 염료(위-황련, 치자, 황백 / 아래 도토리껍질, 오리나무열매)와 염색지(능화판, 밀돌, 밀랍)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간송미술관 수리 복원 역사, 오는 11일까지 소개

마지막으로 동양 문화재의 수리 복원 역사를 알고 싶다면 오는 11일까지 대구 윤선갤러리의 전시 프로그램을 보는 것이 추천됩니다.

대구간송미술관 개관준비단이 현재 대구 윤선갤러리에서 1930년대 전형필 선생이 사용한 작업대와 타격솔(권축류 유물을 수리 복원할 때 사용하는 붓) 등을 전시하고 있는데요.

간송 전형필 선생은 우리나라 최초의 미술관인 보화각을 짓는 것은 물론, 보화각을 짓기 전에 미리 사두었던 미술관 부지 내에 표구소를 차려 수집한 회

화작품을 직접 수리복원까지 했던 인물입니다.

대구간송미술관은 내년 하반기 개관 예정인데, 앞으로 매년 국보 보물전을 중심으로 전시를 하는 것은 물론 대구와 구미 등 경북의 시민들이 갖고 있는 작품들의 복원 처리를 지원하며 사회 공헌 역할도 한다는 계획입니다.

[ 김문영 기자 kim.moonyoung@mbn.co.kr ]

영상취재 : 신성호 V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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