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60개(1969년)에서 1만2360개(2008년)로. 한국고용정보원이 펴낸 ‘한국직업사전’에 등재된 직업 명칭 수 변화다. 불과 40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새로 명칭이 생겨난 직업 수는 거의 1만개에 육박한다. 40년 전 존재했던 직업 수의 4배에 달한다. 세상에는 무려 1만개가 넘는 직업이 존재하지만 막상 나 자신이, 혹은 자녀가 무슨 직업을 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들어가면 선택의 폭은 매우 좁아진다.
청년실업도 결국 따지고 보면 정말 일자리가 부족해서라기보다 몇몇 손에 꼽히는 좁은 직업군 안에서만 직업을 찾으려다 보니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돼 나타난 결과다.
그렇다고 평생을 걸어가야 할 길인데 아무 직업이나 택할 수는 없는 일. 이왕이면 유망 직종, 유망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은 변치 않는 만고의 진리다. 여기서 ‘유망’은 현재에 ‘유망’한 직업이라기보다는 미래에 ‘유망’할 것 같은 직업이어야 한다는 의미가 더 맞다. 당장은 다소 낯설고 힘들어보여도 미래에 ‘유망’해질 직종이나 직업군에 미리 들어가 선점하고 있으면 향후 얻을 수 있는 과실은 더욱 크고 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5년 후, 10년 후, 더 나아가 20년 후 유망할 직업은 무엇일까?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지난해 말, 2년에 걸쳐 직업 전문가 2725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후 ‘10년 후 직업전망지표’를 작성해 발표했다. 모든 기준에서 유망 직업이라는 것은 없다. 무엇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유망 직업이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직업능력개발원은 보상, 고용현황, 고용안정, 발전가능성, 근무여건, 직업전문성, 고용평등 등 7개 영역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각 기준에 따라 유망 직업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이다.
예를 들어 보상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최고 유망 직업은 기업 고위임원과 자산운용가, 치과의사, 판사, 검사, 외환딜러 등 전문 직종이 나온다. 고용현황이 기준이 되면 전혀 달라진다. 간호사, 생명과학 연구원, 간병인, 응용소프트웨어 개발자, 식품공학기술자 등이 상위권을 차지한다. 발전가능성에서는 투자·신용분석가가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치과의사, 정보기술(IT) 컨설턴트, 자산운용가 등이 뒤따른다. 고용안정 영역에서는 판검사, 경찰관, 치과의사, 항공기 객실승무원 등이 수위권이다. 근무여건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전자제품 제조장치 조작원, 임상병리사 등이 좋다. 보상만 놓고 보면 현재도 최고 유망 직종인 치과의사, 판사 등이 돼야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대신 일자리가 계속 늘어날 간호사, 생명과학 연구원, 응용소프트웨어 개발자 쪽에서 길을 찾아보면 훨씬 수월하게 직장과 직업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생명과학 연구원·간병인 수요 급증
그런가 하면 매경이코노미가 커리어컨설턴트협회 소속 커리어컨설턴트들을 대상으로 자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10년 후 뜰 직업으로 시니어 컨설턴트, 신재생에너지 전문가, 관광 및 레저 전문가, 다문화가정 상담 전문가, 날씨경영 컨설턴트 등이 꼽혔다.
한편 “‘유망직업은 00’이라고 일률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는 게 직업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목소리다.
김준성 직업평론가는 “과학기술의 진보,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라 유망 직업도 수시로 바뀌고 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중요해지면서 미국에서는 소셜네트워크 전문가가 각광받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직업군에서조차 찾아볼 수 없었던 직업이다”라고 전했다. 김병숙 경기대 직업학과 교수도 비슷한 생각이다.
“이제 더 이상 미래 유망 직업을 예측하기 어려운 사회가 됐다. 90년대 말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직업 환경이 한 번 크게 변했다. 그리고 최근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이번에는 작업장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과거와 같은 인식과 잣대로 유망 직업을 예측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 돼버렸다.”
■ 이상적 배우자 직업 변천사
경제적 안정성이 최우선 고려 대상
‘남자든 여자든 공무원, 전문직 종사자가 1등 배우자감.’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96년부터 조사한 이상적 배우자 직업의 결론이다. 흥미로운 점은 남성들은 일찌감치 교사를 1순위로 두고 있지만 여성은 미세하게나마 시대에 따라 선호도가 변한다는 사실이다.
여성의 경우 90년대 중반 국내 경기가 한창 좋을 때는 대기업 직원을 선호했다. 그러다 IT벤처 붐이 불던 2000년에는 정보통신 관련 종사자를 1위로 꼽았다. 금융직에 대한 선호도 역시 시대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은행의 자산건전화가 시작되던 2000년대 초반 금융직이 처음으로 2위에 올랐다. 하지만 카드대란이 일어난 이듬해 이후 한동안 선호도가 떨어지다가 2007년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다시 선호도가 높아졌다.
흥미로운 점은 남성의 경우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직업이 무엇이든 상관없다’란 응답이 상당히 상위권에 올라와 있다는 점. 96년에는 4위, 97년에는 5위였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선호 직업 10위까지 명확한 직군이 나온다.
향후엔 어떤 경향을 보일까.
최인철 듀오휴먼라이프연구소장(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은 “남녀 불문하고 결혼에 대해 감성적 판단보다 이성적 판
[특별취재팀 = 김소연 팀장(차장) 기자 / 김범진 기자 / 박수호 기자 / 문희철 기자 / 김헌주 기자 / 윤형중 기자 / 조은아 기자 / 사진 = 성혜련 기자 / 연수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92호(11.02.02 - 09일자 설합본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