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거대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는 농협중앙회가 주유소를 대폭 늘리기로 함에 따라 파장이 예상된다.
기존 정유사 계열 주유소보다 유류를 저렴하게 공급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소비자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영세 자영업자를 위협하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9일 농촌 지역 유류 가격 안정과 농업인의 유류비 절감을 위해 지난해 222개였던 농협폴 주유소를 올해 안에 400개까지 늘린다고 밝혔다.
농협폴 주유소는 지역 농협에서 농어민을 위한 목적으로 운영하는 주유소다. 민간 정유사가 아닌 농협의 자체 상표인 `NH-OIL`을 달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이 농협 주유소들의 물량을 모아 GS칼텍스 등 정유사를 통해 공동구매한 후 전국에 유류를 공급한다. 따라서 농협폴 주유소의 가격은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 등 4대 정유사폴 주유소보다 저렴한 편이다.
농협 관계자는 "민간 주유소가 대개 개별적으로 유류를 공급받는 데 비해 우리는 공동구매를 하고 있다"며 "공급받는 양이 많아서 정유사에 싼 가격을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농협은 농촌지역에 밀집해 있는 NH-OIL 주유소를 시ㆍ군 단위 중심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민간 정유사폴을 쓰고 있는 농협 주유소를 모두 `농협폴`로 전환하고, 농협 하나로마트 주유소도 확장해 내년까지 600개로 늘린다는 목표다. 이럴 경우 민간 정유사폴 주유소 위주로 돼 있는 유류 유통시장에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상필 한국주유소협회 기획팀장은 "전국에 1만4000개 주유소가 있는 만큼 농협폴 주유소 영향력이 아직까지 크지 않다"면서도 "지자체 단위의 주변 주유소는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어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팀장은 "가격 경쟁이 과열되면 질 낮은 유류를 사용하는 주유소가 나타나는 등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농협이 정부의 휘발유값 안정을 위한 노력을 등에 업고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나섰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최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국회에서 "대형마트 셀프주유소와 자가 폴 주유소를 늘리겠다"고 발언했다. 농협이
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자영 주유소 운영이 힘들어지고 있는데 농협이라는 거대한 자본까지 끼어들면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농협 관계자는 이에 대해 "농촌 경제를 돕고, 유류 가격 안정에 기여하겠는 의미 이상으로 해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손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