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골퍼의 최고 영예`라는 R&A(Royal & Ancient Golf Club of St. Andrewsㆍ영국왕립골프협회) 세 번째 한국인 정회원이 나왔다.
주인공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그는 지난 1월 1일자로 R&A 정회원 입회를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이 사실을 굳이 알릴 필요가 있겠느냐고 했지만 지인들의 입을 거치면서 결국 밝혀지게 됐다.
현재 R&A 한국인 정회원은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과 이재용 사장 둘뿐이다. 허 회장은 한국 최초의 R&A 회원이었던 선친 고 허정구 회장의 대를 이어 R&A 정회원이 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프로 골퍼의 최고 꿈이 `명인열전` 마스터스대회에 출전하는 것이라면 아마추어 골퍼가 가장 절실하게 꿈꾸는 게 R&A 정회원이 되는 것인 셈이다. 그동안 R&A 정회원이 되려던 많은 유명인들이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 영연방에는 로열 골프클럽이 여럿 있다. 1754년 만들어진 R&A는 그중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인정받아 `Ancient(아주 오래된)`라는 칭호를 받았다. 골프 룰을 관장하고 디오픈 챔피언십(브리티시오픈)을 개최한다. 또 골프 성지인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를 홈코스로 쓴다. 골프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정도로 보면 틀리지 않다.
R&A는 종신 회원제며 회원이 자발적으로 탈퇴하는 경우는 없다. 누군가 세상을 떠나야 들어갈 수 있는 클럽이 R&A다. 회원은 2400명이며 고령 등 이유로 실질 회원은 1000명 선이라고 한다.
R&A 회원이 되려면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일단 각국 골프 발전에 기여가 커야 하고, 인류의 발전에 도움을 준 유명한 사람이라는 다소 거창한 조건도 있다. 물론 골프에 대한 열정이 많은 `진지한 골퍼`여야 한다.
더 중요한 요소는 골프의 정신과 매너를 지키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는 골퍼는 절대 R&A의 회원이 될 수 없다고 한다. 디봇, 벙커 정리 등 코스에서 매너가 좋지 않은 사람이나 사회적 스캔들을 일으킨 인물도 회원으로 뽑지 않는다.
첫 후배 R&A 회원을 맞은 허광수 회장은 전화 통화에서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축하할 일이다. 3년 전 쯤 R&A에서 `한국의 R&A 멤버로서 이재용 사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온 적이 있다. 골프에 대한 열정이 강하고, 젊은 스포츠 선수를 적극적으로
허 회장은 "한국인 R&A 정회원이 또 나온 것은 한국 골프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일본 정회원은 5명이나 된다. 앞으로 한두 명 정도는 더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의 골프 실력은 평균 75~76타로 수준급으로 알려졌다.
[오태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