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에서는 밭을 갈아엎을 정도로 배추값이 폭락했는데도, 중국산 김치는 음식점을 중심으로 식탁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중국산의 저가 공세에다 배춧값 급등락이 반복되면서 농가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기종 기자입니다.
【 기자 】
서울 강동구의 음식점 밀집지역, 원산지 표시 단속에 동행했습니다.
벽면의 표시와 달리, 냉장고에는 중국산 김치가 들어 있습니다.
단속반이 영수증을 확인하자, 위반 사실을 시인합니다.
▶ 인터뷰 : 00 음식점 (원산지 거짓표시)
- "(중국산을 쓴 지는) 얼마 안 됐을 거예요. 장사 안된다고 바꾸신 것 같아요."
근처 20곳의 음식점을 돌아봤더니, 15곳이 중국산 김치를 사용했고, 이 가운데 1곳은 거짓표시, 2곳은 미표시로 적발됐습니다.
지난해 배추값이 폭등하자 음식점 등을 중심으로 중국산 소비가 급증했습니다.
이후 배추값이 폭락했지만, 중국산 김치가격은 여전히 국내산의 절반에 불과해 중국산을 계속 사용하는 겁니다.
▶ 인터뷰 : 00 음식점 (중국산 김치 사용)
- "손님들 반응이 나쁘면 바꾸는데, 손님들이 수입품이라도 맛있게 드시거든요."
수입업체들은 아예 한국 기후와 비슷한 중국에서 배추를 재배한 뒤 현지에서 김치로 가공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김치 수입업체
- "맛은 거의 비슷해요. 배추 섬유질이라던가…, 쓰시는 분들은 자주 찾으시니까요. 개인분들도 많이 드시거든요."
정부는 배추값 폭등 때는 앞다퉈 배추 재배를 장려했지만, 중국산 저가 공세로 값이 폭락한 것에 대해서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농가가 파종한 배추를 관리하고, 전체 물량의 80% 이상을 유통하는 산지유통인 상당수는 파산 상태입니다.
▶ 인터뷰 : 산지유통인
- "다른 해는 손해를 봐도 이렇게까지 버리는 일은 없었는데, 이건 완전히 다 가져다 버리는…"
단기적인 배춧값 안정에만 치우친 정부의 냉온탕식 대책 때문에 김치 종주국 한국의 배추 농가는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이기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