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어려운데, 명품시장 만큼은 불황을 잊었습니다.
우리나라 명품 매출 규모는 한 해 평균 5조원에 이르고, 천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신상품은 물건이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합니다.
명품에 열광하는 현장, 조경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기자 】
지방에서 올라와 고시텔에서 생활하고 있는 취업준비생 박 씨.
한 달 방값의 두 배가 넘는 100만원짜리 명품 가방을 최근 구입했습니다.
▶ 인터뷰 : 박 모 씨 / 취업준비생
- "막상 취업하려니까 (공부가) 손에도 안 잡히고, 친구들 하나씩 명품가방 가지고 있는데 저도 갖고 싶고 해서 샀어요."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백화점에서 판촉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형편이지만, 명품은 박 씨의 로망입니다.
▶ 인터뷰 : 박 모 씨 / 취업준비생
- "더 좋은 것 사고 싶죠. 취업해서 돈 많이 벌어서 꿀리지 않으려고 (명품)가방 사려고 하는 거고…."
박 씨처럼 명품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서울 명동의 대형 백화점 명품관.
올 시즌 신상품을 쇼핑하려는 사람들이 문 앞에 줄을 서 기다릴 정도입니다.
▶ 인터뷰 : 명품관 H 브랜드 직원
- "890만 원, 900만 원 정도요. 송아지 가죽 이걸로 보시면 1,124만 원 정도…."
천만원이 넘는 가격인데, 현재로써는 사고 싶어도 물건이 없습니다.
▶ 인터뷰 : 명품관 H 브랜드 직원
- "(예약 대기가 몇 명이나 되나요?) 몇 명이라고 할 순 없고, 대기기간은 거의 5년이라고 보시면 돼요."
다른 매장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 인터뷰 : 명품관 P 브랜드 직원
- "상품이 다 품절되고, 1월 1일부터는 아예 주문 대기는 물론 아무것도 못했어요."
경기불황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심지어 주요 백화점 3곳의 명품매출은 지난해보다 8% 이상 껑충 뛰었습니다.
이렇게 명품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명품을 빌려주는 곳까지도 성행합니다.
명품 가격의 3% 정도만 지불하면 일정 기간동안 내것처럼 사용할 수가 있어 인기가 높습니다.
▶ 인터뷰 : 박지훈 / 명품대여전문점 대표
- "보통 일주일에 적으면 20~30명, 많게는 60명 정도까지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여점은 전국에 무려 100여개에 이릅니다.
평범한 30대 주부 김소연 씨도 실은 명품대여점 단골 고객입니다.
▶ 인터뷰 : 김소연 / 서울 진관동
- "친구들 결혼식이나 집안 행사나 아기 엄마들 모임이라든지 중요한 행사 때만 빌리고 있어요. "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명품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인터뷰 : 이장혁 /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 "굳이 내가 나에 대해 소개하지 않더라도 그런 상품을 들고 다님으로써, 본인의 사회적인 지위를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 스탠딩 : 조경진 / 기자
- "값비싼 명품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윤색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이런 분위기를 틈타, 명품업체는 원가를 고려하지 않고 해마다 가격을 인상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명품공화국이란 불명예를 씻기엔 아직도 멀어보이는 이유입니다. MBN뉴스 조경진입니다. " [joina@mbn.co.kr]
영상취재 : 김애정 프로듀서
구성 : 이지혜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