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표적인 번화가 명동 한복판에서 횡단보도를 둘러싼 소리 없는 전쟁이 4년째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명동역 부근에서 상인과 주민들이 서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하는데요.
무슨 일인지 김경진 리포터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터 】
서울의 대표적인 번화가 명동.
중구 명동과 남산동을 잇는 횡단보도 신설 계획을 두고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지하상가 상인
- "횡단보도 끊으면 상인들 다 죽이는 거예요. 그런데 왜 끊으려 하는지 모르겠네."
▶ 인터뷰 : 남산동 주민
- "남산동에 외국인들이 많이 다니잖아요. 트렁크 같은 거 끌고 다닐 때 지하상가에서 끌고 내려가고 올라가는 게 굉장히 불편해요."
처음 중구청에서 발표한 횡단보도 설치 위치는 명동 밀리오레와 맞은편 기업은행 앞.
하지만, 지하상가 상인들이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유동인구가 줄어 생존권에 위협을 받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지하상가 상인
- "상인 입장에서는 솔직히 좋진 않죠. 바로 위에다 그어지는 입장에선 반대를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지요."
반대에 부딪히자 중구청은 충무로로 100m가량 떨어진 곳으로 새로운 안을 내놓았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지상상가연합과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 인터뷰 : 조만호 / 명동자치위원회 위원장
- "지금 주민들은 1안 말고는 2안이나 3안은 생각지를 않죠. 그러나 2안도 한 번은 생각을 해보겠다 하는데…."
▶ 스탠딩 : 김경진 / 리포터 (서울 명동)
- "1안은 지하상가연합이 2안은 지상상가연합이 한 치의 양보 없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자 중구청이 내놓은 세 번째 안은 불과 2안과 10m 거리인 바로 이곳입니다."
문제는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3안까지 양측 모두에게 외면받은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상황을 이렇게 만든 중구청은 어떤 입장일까?
▶ 인터뷰 : 오관홍 / 중구청 교통시설팀 팀장
- "큰 사업은 됐는데 지역적인 횡단보도는 설치가 안 됐고 그런데 사업 마무리는 해야 하고 하는 과정에서 저희 쪽으로 횡단보도 설치 업무가 넘어왔나 봐요."
애초에 이 사업을 추진한 게 자신들의 업무가 아니었다는 게 구청 측 입장입니다.
이렇게 횡단보도 사업이 4년째 지지부진한 사이 상인들과 주민들의 갈등의 골은 깊어만가고 생업에도 큰 지장을 받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지하상가 상인
- "우리가 서울시의 세입자잖아요. 서울시에다 돈을 내고 장사하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러면 장사를 하게끔 해주는 게 서울시의 할 도리 아니에요?"
실제로 2년 전 횡단보도가 들어선 회현지하상가의 경우 매출이 급감했습니다.
▶ 인터뷰 : 회현 지하상가 상인
- "사람들이 많이 없죠. 지나다니는 사람조차도…. 썰렁하지…."
▶ 인터뷰 : 회현 지하상가 상인
- "(횡단보도 생기면) 치명적이라는 것만 알아주세요."
지역 주민들과 상인들이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언제쯤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MBN 뉴스 김경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