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딜러에게 500만원에 팔았는데 그 차가 600만원에 나왔더군요. 차체에 흠집이 많다, 범퍼가 교환됐다 등 이것저것 트집을 잡아 값을 깎고 자신은 20만~30만원 정도 밖에 이익이 나지 않는다더니 100만원이 남겨 먹네요. 딜러는 사기꾼이라고 하던데 제가 이렇게 사기당할 줄 몰랐어요”
타던 차를 중고차딜러에게 판 경우 많은 소비자들이 자신이 헐값에 넘기지 않았는지 걱정한다. 자신의 차가 판 가격보다 비싼 값에 중고차사이트에 시장에 나온 것을 안 순간, 걱정은 분노로 바뀐다. 딜러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생각 때문이다.
반면 중고차딜러는 소비자들이 중고차 구입이나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은 생각지 않고 무작정 사기꾼 취급한다고 억울해한다. 요즘은 소비자에게 속아 손해를 보는 일이 많다고 항변하기도 한다.
소비자와 딜러 사이에 가격을 놓고 발생하는 갈등은 수십년 간 계속된 불투명한 중고차 거래과정과 일부 악덕 딜러의 사기 행각, 소비자들의 오해와 편견 등이 맞물렸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 같은 갈등은 중고차 가격 산정 기준으로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다. 중고차 가격 산정 기준을 통해 소비자는 가격으로 장난(?)치며 폭리를 취하려는 딜러를 피할 수 있고 딜러는 소비자에게 사기꾼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다.
자동차유통 컨설팅업체인 피치오토앤컨설팅, 중고차 가치평가업체인 한국자동차평가, 기업형 중고차매매업체로 10여 년의 데이터를 통해 시세를 산출하고 있는 SK엔카 등의 도움을 얻어 중고차 가격 산정 기준을 정리했다.
내가 판 차를 딜러가 얼마에 내놓는지 알려면 매입가와 판매가부터 구분해야 한다. 매입가는 딜러가 차를 사들이는 가격이고 판매가는 딜러가 차를 소비자에게 파는 가격이다. 일반적으로 중고차 시세는 판매가 기준이다. 국내에서 중고차 시세는 주로 공급과 수요에 따라 바뀐다.
시세가 정확한 판매가라고 볼 수는 없다. 시장에 따라, 업체에 따라, 인기도에 따라, 차 상태에 따라 실제 판매가격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비자 판매가와 딜러 매입가에 대한 정확한 규칙을 정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시세표를 기준으로 차를 얼마에 팔 수 있다는 평균적인 가격을 산정해볼 수 있다.
수리할 필요가 없는 무사고차를 기준으로 소비자 판매가와 딜러 매입가의 적정 차액을 살펴보면 △판매가가 200만원일 경우 매입가는 140만~160만원으로 차액비율은 20~30% △판매가 400만원은 매입가 320만~340만원, 차액비율은 20~30%다.
판매가가 800만원을 넘어서면 차액비율은 10%대로 내려가 △판매가 800만원은 매입가 680만~700만원, 차액비율은 13~15% △판매가 1500만원은 매입가 1320만~1350만원, 차액비율 10~12% △판매가 2500만원은 매입가 2250만~2350만원에 차액비율은 8~10%다.
차 가격이 비쌀수록 판매가와 매입가의 차이는 커지지만 차액비율은 줄어든다. 또 중고차가 잘 팔리지 않으면 매입가가 기준보다 낮아지는 추세다. 시장에서 잘 판매되지 않는 차종은 매입가가 기준보다 더욱 낮아진다.
◆매입가+부대비용=딜러 원가
판매가와 매입가만 놓고 본다면 딜러가 폭리를 취한다는 게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차액 전부가 매매업체의 이익은 아니다. 부대비용 때문이다. 매매업체는 구입한 중고차가 잘 팔리도록 수리ㆍ도색ㆍ광택작업을 실시한다. 매매업체는 이 작업을 위해 평균 20만원 정도를 쓴다.
차를 직접 매입할 때 내야 하는 이전등록 비용도 최소 10만원 정도 든다. 이 밖에 전시장 사용료, 금융이자, 계약서대금 등 갖가지 부대비용이 생긴다. 도매가에서 이 부대비용들을 뺀 나머지 금액이 매매업체의 이윤이다.
자동차유통 컨설팅업체인 피치오토앤컨설팅에 따르면 딜러가 2008년식 중형차를 900만원에 매입했을 때 탁송비 3만원, 유류대 2만원, 성능 및 상태 점검기록부 발급 비용 3만원, 정비 및 수리비 20만원, 세차 및 광택비 10만원, 매입비 18만원, 입금 10만원, 금융비용 14만원, 광고 및 기타비용 10만원 등 총 9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
매입가격 900만원에 부대비용 90만원을 합쳐 원가는 990만원이 된다. 딜러는 이 차를 1100만원 정도에 내놓아 일반적인 거래 관행상 할인을 적용해 1080만원에 판매한다.
딜러가 1050만원에 광고하지만 알선 딜러들이 30만원을 더 추가해 판매하기도 한다. 딜러 마진은 60만~90만원 수준이다. 판매기간이 길어지면 마진은 더 줄어든다.
금융비용, 주차비용 등이 더 들어가는 데 차가 팔리지 않으면 자금력이 부족한 딜러가 손절매하는 경우도 많다. 또 딜러와 딜러 간의 차 거래 등으로 차를 사고 팔 때 거치는 유통단계가 복잡해지면 딜러 이윤이 더 줄어들거나 최종 소비자가격이 비싸지게 된다.
중고차시장이 투명하다고 알려진 일본의 경우 차 한 대 당 매매업체가 갖는
신현도 피치오토앤컨설팅 대표는 “딜러간 경쟁이 치열해져 바가지를 씌우는 일부 악덕 호객꾼을 제외하면 대부분 차 한 대당 5% 정도 이윤을 가져간다”며 “딜러가 폭리를 취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중고차딜러에 대한 오래된 불신과 온오프라인에서 암약하는 불법 호객꾼들 때문에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