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유전자 구조를 바꾼 대장균에서 휘발유를 생산하는 획기적인 성과를 발표했습니다.
석유 고갈에 대처할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정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투명 플라스틱 통 안에서 거세게 소용돌이치는 이 노란색 액체에는 실험용 대장균이 잔뜩 들어 있습니다.
실험장치에서 특수 처리를 거치자 이번엔 색깔이 하얗게 변합니다.
그런데 하얀 액체엔 놀랍게도 인공적으로 만든 휘발유가 녹아 있습니다.
국내 연구진이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대장균에서 휘발유를 생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 인터뷰 : 이상엽 /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 "가솔린(휘발유)을 미생물 발효로 생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가솔린은 대사회로(몸속 에너지 생성 작용)가 있어야 생산이 되는데…."
평범한 대장균의 유전자를 조작해 자신의 몸 속에서 석유 원료물질을 생성하는 일종의 미생물 화학공장을 만든 뒤 특수한 효소를 집어 넣어 최종적으로 휘발유가 뿜어져 나오도록 한겁니다.
석유는 동물 사체가 수천만 년 이상 땅 밑에서 고온과 고압, 미생물에 노출돼 생긴 것인데 이를 생명공학기술로 짧은 시간에 구현하도록 한 겁니다.
▶ 인터뷰 : 최용준 /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박사
- "가솔린뿐만 아니라 디젤(경유), 플라스틱과 같은 여러 화합물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연구진은 대장균 배양액 1리터에서 휘발유 580밀리그램을 뽑는 현재의 효율성을 더 올리기 위해 전력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최신호에 실렸습니다.
MBN뉴스 이정호입니다.
영상취재 : 배병민 기자
영상편집 : 양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