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랜드마크인 '숭례문'과 바로 마주하고 있는 신한은행.
은행과 문화재라는, 전혀 상관없는 영역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숭례문과 신한은행은 비슷한 운명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신한은행과 숭례문의 기이한 인연(?)은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신한은행은 당시 문화재청과 '1문화재 1지킴이' 협약을 맺고 관리에 나섰는데요. 2000년대 중반 신한금융그룹은 업계 1위였던 LG카드 인수에 따른 시너지효과 등이 맞물리며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습니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신한은 2008년 2월 숭례문이 화재로 복원 공사에 들어가자, 곤경에 처하게 됩니다. 전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실적은 곤두박질 쳤고, 2010년에는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 간 내분으로 많은 비난을 받았습니다.
은행 내부에서는 이 때, '숭례문 화재 사고' 때문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았습니다. 숭례문이 신한금융을 향해 오는 쇠한 기운을 막아줘야 되는데, 사고로 없어지자 은행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겁니다.
때문에 신한은행은 숭례문 재건 과정에도 굉장한 애정을 보였습니다. 복원 시점이 조금이라도 빨라지기를 기원했는데요. 2013년 5월 4일 숭례문이 복구된 뒤에는 직원들이 매주 쓸고 닦는 것은 기본이고, 최근에는 광고에도 앞세우며 '관리회사'로써의 애정을 한 껏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신한은행과 숭례문은 최근 들어 가장 핫(HOT)한 '문제'의 주인공들입니다. 신한은행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야당 중진의원들을 포함한 정관계 주요 인사들의 고객정보를 불법으로 조회한 사실에 대한 특별 검사를 받았습니다. 박지원 등 민주당 주요 인사들의 계좌를 무단 조회했다는 의혹인데요.
내부직원 감사를 위해 제3자의 고객정보를 광범위하게 조회하는 것은 당연 불법입니다. 만일 신한은행의 무단 정보조회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영업정지 등 후폭풍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금융당국은 3년 안에 기관경고를 3회 이상 받은 은행에 영업·업무 일부 정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 이미 신한은행은 두 번의 기관경고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동변상련'에 처한 국보1호
기이하게도 '위기'를 함께 하는 신한은행과 숭례문. 이들의 운명공동체의 끝은 화려한 부활이 될 수 있을까요?
[서환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