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거주하는 손은자씨(70세, 가명)은 얼마 전 아들의 신혼집에 찾아가려다 고생을 했다. 아파트 이름이 너무 길어 제대로 외우지도 못했던 데다가, 택시기사가 인근의 다른 아파트 단지에 내려주는 바람에 몇 시간이나 헤맸기 때문이다.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먹는 장기영씨(30세, 가명)은 새로 이사 온 동네가 맘에 들지 않는다. 정확히는 아파트 이름이 긴 것이 맘에 들지 않는 것.
전에는 빌라에 살아서 간략히 지번만 불러줘도 손쉽게 배달음식을 주문했지만, 새로 이사 온 아파트는 이름이 12자에 달해 아파트 이름을 불러주다 보면 음식점 측에서 잘못 알아들어 다른 곳으로 배달하는 일이 잦아졌다.
이미 김포와 동탄에는 위 사례에 해당하는 긴 이름의 아파트들이 있다. ‘김포풍무푸르지오센트레빌’은 12자이고, ‘동탄시범다은마을월드메르디앙반도유보라’는 무려 19자에 달한다.
그리고 조만간 위례신도시에 이런 긴 이름의 아파트가 선을 보일 예정이다. 경기도시공사와 삼성물산, 대림산업이 컨소시엄을 이뤄 분양하는 아파트 이름이 무려 13자에 달하기 때문.
‘위례 자연& 래미안 e편한세상’으로 명명되어 오는 11월 1일 견본주택을 오픈해 본격적인 분양에 나설 이 아파트의 이름은 원래 이렇게 길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컨소시엄으로 지어지지만 단독브랜드로 가려했기 때문.
그러나 컨소시엄사들간의 이해관계가 부딪혀 결국 3사의 브랜드 명이 이번 아파트에 전부 들어가는 것으로 결정됐다. ‘래미안’ 브랜드가 ‘e편한세상’보다 앞에 나온 이유는 삼성물산과 대림건설의 지분(?)이 각각 55%와 45%이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브랜드 이름이 긴 이유는 ‘공동시공’과 ‘서브네임’인데, 우선 전자는 2개 이상의 건설사가 공동시공을 하는 경우 각각의 브랜드를 혼합해야 하기 때문에 길어진다”며 “두번째는 과거 지역과 브랜드가 합쳐지는 수준으로 작명됐
또한 “‘하이페리온’이나 ‘미켈란쉐르빌’ 등 익숙치않은 외래어 혼합에 ‘xi’이나 ‘#’ 등 기호까지 붙는 경우도 생겨 아파트브랜드 이름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조성신 기자 / 이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