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커피믹스는 추울 때 먹어야 제맛'이라는 직장인들이 주변에 많다. 한 온라인마켓에서 올 한해 중소사업자들이 가장 많이 구매한 품목 1위에 오른 커피믹스는 이제 국민음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잊을만 할 때쯤이면 커피믹스 첨가물의 유해성 논란이 불거져 그 맛을 떨어뜨린다. 카제인나트륨에 이어 요새 업계의 관심이 쏠린 인산염 논란이 그러하다.
남양유업은 최근 신제품 '프렌치카페 카페믹스 누보'를 출시하며 첨가물 인산염을 확 뺐다고 밝혔다. 인산염이 체내 칼슘 유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산염은 그 동안 가공식품의 원료를 다른 성분과 잘 섞이게 해줘 커피믹스에서 빠져선 안 될 첨가물로 인식돼 왔다.
남양유업은 이번 신제품 출시를 계기로 인산염을 과잉 섭취하면 체내 칼슘 함량과 불균형을 이뤄 골다공증 등의 질환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알고보니 인산염에 유해성이 있다'는 식의 공포 마케팅을 펼치는 것. 인산염을 계속 넣고 있는 다른 업체들과 대립각을 세우는 이유다.
사실 먹거리의 유해성 시비는 과거부터 비일비재했다. 삼양식품의 우지파동이나 사카린, MSG(글루타민산소듐) 등 첨가물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같은 논란은 늘 즐겨먹던 먹거리를 손쉽게 공포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린다.
문제는 삼양라면에 들어간 우지나 사카린, MSG 등은 공식적으로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 사이 '첫 인상'이 오래 간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처음 라면을 개발한 삼양식품은 우지파동 이후 무려 8년간 명예회복을 위해 법정 다툼을 벌였다. 결국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이미 파렴치한 기업으로 찍힌 낙인을 지우기란 어려웠다.
MSG 역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안전하다고 판단했지만 국내 조미료업체들은 아예 MSG를 뺀 상품들을 만들어냈다. 이미 MSG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가득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려면 불가피한 조치였다.
사카린도 마찬가지다. 설탕의 대체 감미료로 쓰이는 사카린은 한 때 발암물질 논란에 휩싸이며 퇴출 위기에까지 놓였다. 이후 수많은 국제보건기구에서 사카린의 안전성에 대해 발표했지만 소비자들은 이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만에 하나라도 걱정을 하는 심리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는 "MSG 등 첨가물은 공식적으로 유해하지 않음이 입증됐지만 소비자들 사이 인식을 되돌리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라며 "과학적 사실이 아닌 얄팍한 상술로 소비자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고 혼란을 겪게 하는 공포 마케팅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 안팎에서도 이번 인산염의 유해성 논란이 소비자들 사이 불필요한 불안을 조장, 커피믹스 매출 자체를 동시에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커피업
[방영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