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4년차 주부 김성희(37·女·가명)씨는 같은 아파트 단지 이웃 엄마들과 인터넷 모집 공고를 보고 가전 신제품 실험 테스트 장을 찾아갔다.
가전시장의 '큰손' 아줌마들 지갑을 열기 위해 가전업계가 체험 마케팅을 하는 곳이다.
주부들에게 제품을 인정받아야 '입소문'으로 확산되고 매출로도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이처럼 최근 유통업계에서 제품의 특성을 증명하고 소비자들의 신뢰도를 확보하는 도구로 실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어 화제다. 소비자들에게 자체적으로 실시한 실험 과정을 공개해 제품의 특징을 증명하는 이른바 '실험 마케팅'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무엇보다 실험 마케팅은 최근 과장광고에 실증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증가함에 따라 기업에서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김치냉장고,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며 주목 받고 있다.
↑ LG전자는 김치냉장고 실험 마케팅을 통해 톡톡한 효과를 보고 있다. [사진제공=LG전자] |
실험을 위해 갓 담근 김치를 신제품 LG '디오스 김치톡톡' 김치냉장고에 보관하고, 총 14개의 핀 마이크를 설치하여 소리를 녹음했다. 배춧잎 사이, 포기와 포기 사이에 마이크를 위치시키고, 7일간 녹음을 진행해 변화 추이를 관찰했다.
김치유산균은 김치 고유의 독특한 맛을 내는 여러 물질들을 만들어 내는데 이 과정에서 탄산과 함께 소리가 발생한다. 따라서 소리가 많이 나는 것은 유산발효가 많이 일어나고 있음을 방증하여 결과적으로 김치의 맛이 좋아진다.
실험 3일차부터 모든 김치에서 '톡'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4일째부터 유산균 소리가 부쩍 활발해졌고, 7일차까지 소리가 지속됐다. LG전자는 이번 실험을 통해 4단계 유산균 관리 기능으로 유산균 생성 알고리즘을 최적화한 '디오스 김치톡톡'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종합식품전문기업 사조해표가 게시한 '사조참치 안심따개' 유튜브 실험 영상은 게시 약 한달 여 만에 온라인 조회수 총 200만건을 돌파했다. 이 실험 영상은 사조참치 안심따개가 다른 강철따개에 비해 안전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
영상은 장력 테스트기로 기존 강철따개를 딸 때 가해지는 힘을 측정하고 그 결과가 8.2kg이라는 것을 먼저 보여주고, 다음으로 사조참치 안심따개를 딸 때는 그 결과가 2.7kg이라는 것 보여준다. 기존 사조참치 뚜껑을 열 때 기존 강철따개 방식 캔에 비해 따는 힘이 3분의 1 밖에 들지 않아 더욱 안전하다는 것을 실험 결과를 통해 입증한 것. 이 실험 영상을 통해 소비자들은 직접 사조참치 안심따개를 사용해 보지 않고도 안전성을 신뢰할 수 있게 됐다. 한편 국내 참치 캔 제품 중에서 유일하게 안심따개 방식을 적용한 사조는 이번 실험 마케팅을 통해 관련 제품 매출이 30% 이상 증가했다.
SK2는 팝업스토어인 피테라 하우스에서 황산화 실험 영상을 소비자들에게 공개했다. 이 영상은 SK2의 피테라 에센스의 항산화 효과를 증명하기 위해 시험관에 타사 브랜드들의 에센스와 물, 피테라 에센스를 넣고 효능을 비교하는 실험이다.
항산화 물질은 피부 노화 및 주름 억제에 효과가 있어 이번 실험으로 타 브랜드보다 노화 방지에 효과적인 SK2 피테라 에센스의 성능을 부각시켰다.
항산화 물질을 만나면 투명하게 변하는 청색의 산화제를 각각의 시험관에 동일하게 넣으면 SK2제품이 투명하게 변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다른 시험관 용액에는 청색에서 색의 변화가 없어서 다른 제품들과는 차별화된 SK2의 항산화 효과를 소비자들이 인지하도록 했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과장광고를 신뢰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며 기업들이 직접 제품의 성능을 입증하는 실험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며 "앞으로도 제품의 브랜드와 성능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새로운 툴로서 실험이 많이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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