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널리 알려진 '오일 풀링(Oil Pulling)'이 최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오일 풀링은 공복상태에서 한 숟가락 정도의 기름(깨기름 또는 해바라기씨 기름)을 입에 머금은 다음에 약 10~15분동안 입안에서 오일을 굴리다가 뱉어내는 것으로 입안의 노폐물과 세균을 씻어내면서 침샘과 점막을 통해 독소를 뱉어내는 일종의 디톡스 요법이다.
이를 경험한 사람들은 '치아가 하얘졌다', '구내염이 없어졌다', '관절염이 나았다', '얼굴 부기가 빠져 젊어졌다', '수십년 앓던 모공각화증이 사라졌다', '불면증이 없어져 수면제를 끊었다', '두통이 없어졌다' 등 각종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국내에도 오일풀링의 효과를 담은 책도 나왔다. 오일 풀링은 인도에서 시작된 요법으로 '아유르베다'라는 고대 경전에서 치아건강을 개선하고 만성질환에도 효과가 있다고 언급돼 있으며, 인도에서 출간한 몇 편의 논문에 따르면 치아건강에는 다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아직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검증되지 않았으며, 무분별하게 따라했다가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재열 교수가 오일 풀링이 흡인성 폐렴을 유발할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재열 교수는 SCI저널인 국제 결핵 및 폐질환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Tuberculosis and Lung Diseases) 2월호에 '오일 풀링과 연관돼 발생한 반복적인 흡인성 폐렴(Recurrent lipoid pneumonia associated with oil pulling)'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김재열 교수는 2년전 6개월 사이에 4번이나 폐렴이 걸린 56세의 여성 환자를 경험하게 되었는데, 처음과 두 번째 폐렴까지는 흔하게 경험하는 폐렴으로 생각하다 이후 세 번째 폐렴이 한 달 뒤에 이어 발생하자 수개월 사이에 폐렴이 세 차례 발생하는 것은 의외의 경우여서 기관지내시경과 면역상태에 대한 철저한 검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특별한 이상 소견은 없었고 환자는 혈압약 외에는 특별히 다른 약 복용도 하지 않으며 흡인성 폐렴을 일으킬 수 있는 스쿠알렌 등도 복용하지 않았다. 김 교수는 그녀가 네 번째 폐렴으로 입원했을 때 다시 한번 철저하게 평소 습관이나 건강요법을 체크하다가 그녀가 첫 번째 입원하기 2주 전부터 오일풀링이라는 건강요법을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평소 오일 풀링을 하던 중에 입안에서 여러 가지 균들을 머금고 있던 기름의 일부가 목 뒤로 넘어가면서 후두와 기관지를 거친 다음, 폐로 스며들어가면서 반복적으로 염증을 일으켜 폐렴을 유발하게 된 것이었다.
그녀는 입원 중에는 오일 풀링을 중단했다가 퇴원을 하면 병원에서 얻었을지 모르는 독소와 병균(?)을 없애기 위해 더욱 열심히 오일 풀링을 했다. 그 과정에서 오일을 흡인하면서 6개월간 4번의 폐렴이 발생한 것이다.
김 교수는 그녀에게 오일 풀링을 즉시 중단할 것을 권고했고 그녀는 김 교수의 말에 따라 오일 풀링을 하지 않은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 폐렴의 재발은 없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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