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기업들이 주주총회를 통해 오너 경영을 본격화했지만 주가 부양에는 큰 힘을 실어주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주주 오너의 경영 능력을 입증할만한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주가는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빙그레의 김호연 회장이 6년만에 등기이사직에 복귀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날 주가는 전일대비 2.22% 올랐다. 각종 규제와 경기 침체로 식품업계 업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김 회장이 빙그레의 구원투수가 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김 회장 행보는 일부 대기업 오너들이 등기이사에서 빠지면서 경영 책임 회피 논란에 휩싸인 것과 대조적이어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정작 다음 거래일인 17일 빙그레 주가는 전거래일대비 3.04%가 빠졌다. 20일 9만100원으로 장을 마친 빙그레는 김 회장 복귀 소식이 전해진 14일과 비교해 2.06%가 하락했다. 김 회장의 화려한 복귀 소식은 결국 하루 반짝 효과에 그친 것.
21일 정지선 회장을 등기이사직에 재선임할 예정인 현대백화점그룹 역시 오너경영 강화 소식이 주가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지난달 27일 정 회장의 등기이사직 재선임 소식이 처음 전해진 날 현대백화점 주가는 전일대비 0.35% 오른 144만원에 마감했다. 주총에 앞서 대대적인 물갈이로 친정체제 구축을 예고한 것에 비하면 주가 상승폭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오히려 당시 144만원이던 주가는 20일 133만원으로 7% 이상 주저앉은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의 경우 주총 소집 이후 크고 작은 인수합병 소식이 전해졌는데 이같은 소식들이 주주들을 불안하게 한 측면이 커 보인다"며 "최대주주 오너일수록 안정적인 경영 성과가 뒷받되는 일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오너 일가가 등기이사직을 내려놓는 분위기 속에 오너 경영을 본격화한다는 소식은 주가에 분명 호재일 수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실적이 뒷받침 되지 않을 경우 일시적 요인일 뿐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오너 일가가 경영을 하며 좋은 실적을 내 주가를 부양한 좋은 예로는 호텔신라가 있다. 지난 2010년말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의 최고경영자로 선임될 당시 주가는 3만원을 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호텔신라는 52주신고가 경신하며 9만원대로 우뚝 솟아 대형주로 편입했다.
창이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확보하고 호텔 투숙객이 증가하는 등 매출 증가에 따른 실적이 이 사장의 경영능력을 입증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주총에서 이 사장이 재선임되며 경영의 지속성을 보여주자 주가는 상승세로 화답하는 모양새다
현대증권 한익희 연구원은 "전문경영인 체제와 오너 체제 중 반드시 어느 한 쪽이 더 우위에 있다고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호텔신라의 경우 이 사장이 리더십을 발휘해 탁월한 경영능력을 보여줌으로써 투자자들에게 더욱 신뢰를 주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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