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갔다? 사랑하는 나의 봄이 갔다란 말을 들은 것은 지난 주말이었습니다. 예년보다 보름이나 일찍 벚꽃이 만개하는 바람에 생긴 벚꽃놀이 부작용(?) 때문이었습니다. 대개 4월 2주차 정도, 그러니까 15일을 전후로 해 벚꽃행사를 준비해왔는데, 올해는 이상기후 탓에 부랴부랴 행사를 앞당기느라 결국 알찬 준비를 할 수가 없었던 것이죠. 거기다 아뿔싸.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데 이어 비바람까지 거세게 불면서 모든 행사는 ‘벚꽃비’로 화려하게 매조지하게 됐습니다.
이 모든 광경을 바라보던 한 관계자의 입에서는 “아~ 봄은 갔다”가 터져 나왔고, 그 탄식을 알 리 없는 벚꽃잎들은 연신 하늘을 날았습니다. 훨훨.
하지만 벚꽃이 져 간다고 해서 벌써 봄이 갔다고 한다면 계절의 맏이인 ‘봄님’이 너무 섭섭해 할 일입니다. 아직 봄 느낌을 전하기에 충분한 여러 꽃들이 출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죠. 싱그럽고 화려한 봄꽃의 향연은 이제부터가 시작인 것입니다. 사랑하는 나의, 아니 우리의 2014년 봄은 아직 가지 않았습니다. 암요, 암요.
◆ 태안, 탐스러운 튤립의 바다 = 봄날의 화창함을 더해주는 탐스러운 튤립이 태안을 수놓는다. 여기에 코끝을 향긋하게 자극하는 우아한 백합이 더해진다. 태안튤립·백합꽃축제가 오는 19일부터 5월 18일까지 태안군 남면 신온리 일대에서 개최된다. 지난해까지 튤립과 백합꽃 축제를 4월과 6월로 나눠 개최됐으나, 올해부터 2014 태안 튤립꽃축제 그리고 백합으로 한데 묶어 연다. 축제 행사장에는 튤립과 백합뿐 아니라 곳곳에 리빙데이지, 로벨리아 등을 심어 화려한 봄의 흥취를 더할 예정이며, 축제장 옆에 유채밭을 조성해 관람객에게 다양한 볼거리도 제공한다.
◆ 제주는 여전히 노란 유채꽃 천국 = 제주도의 봄은 유채꽃을 빼놓을 수 없다. 오는 12일부터 13일까지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의 조랑말체험공원 인근에서는 제주유채꽃큰잔치가 열린다. 가시리는 아름다운 유채꽃, 오름의 능선과 대평원, 먼 바다가 어우러지는 중산간 최고의 경관을 자랑하는 마을이다. 특히 행사장까지 이어지는 약 10km의 녹산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100개 길’ 중 하나로 꼽히며, 양쪽에 유채꽃과 벚꽃이 장관을 이뤄 최고의 봄 드라이브 코스로 으뜸인 곳이다.
◆ 강화도 온천지에 분홍 진달래 = 인천 강화도의 고려산은 마산의 무학산, 창녕의 화왕산, 여수의 영취산 등과 함께 이제 전국 4대 진달래 명산으로 불릴 만큼 진달래 군락이 아름답게 조성돼 있다. 고려산은 중부지방 최고, 최대의 진달래 산이라 부를 정도로, 산 정상에서 북부 8부 능선까지 전부가 진달래로 둘러 싸여 있다. 해발 436m인 고려산은 정상에서 능선인 북사면을 따라 낙조봉까지 4km 정도가 진분홍빛 진달래 군락을 이뤄 그야말로 분홍빛 천지다. 또 탐스럽게 핀 고려산 진달래 가지로 꽃방망이를 만들어 앞서가는 여성의 등을 치면 사랑에 빠지고, 남성의 머리를 치면 출세를 한다는 재미있는 전설도 전해진다. 고려산 진달래 축제는 오는 19일부터 개최된다.
◆ 4월의 현충원은 벚꽃대궐 = 4월의 국립서울현충원은 꽃으로 다시 피어난다. 노란 산수유에 이어 중순 전후로는 완연한 벚꽃 세상이 펼쳐진다. 정문부터 현충탑까지 이어지는 겨레얼마당 주변으로 벚꽃이 연분홍빛 수를 놓는다. 현충원에서는 나라를 위해 꽃잎처럼 스러져간 선열의 뜻을 되새기며, 번잡하지 않게 봄을 음미할 수 있다. 현충원 벚꽃은 나뭇가지를 치렁치렁 늘어뜨린
[매경닷컴 장주영 기자 semiangel@mk.co.kr] 매경닷컴 여행/레저 트위터_mktour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