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트 맥주는 '액체 빵'으로 불린다. 일반 맥주가 대부분 살균 처리돼 '죽은 물'로 취급되는 반면 크래프트 맥주는 음식(food)으로 분류될 만큼 효소와 미네랄, 각종 영양분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맥주의 본고장인 독일에서는 마을마다 크래프트 브루어리(소규모 수제 양조장)가 운영되면서 중소 규모의 양조장이 수백년째 성황 중이다. 독일 전역으로 퍼진 1300여 군데의 크래프트 브루어리에서 매일 1000가지 종류가 넘는 독일산 크래프트 맥주가 쏟아진다. 독일인의 맥주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도 여기서부터 나온다.
독일 사람들은 수제맥주인 크래프트 맥주를 특히 선호한다. 독일에서 소비되는 맥주의 60%가량이 크래프트 맥주이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지난 2008년 1600여개였던 크래프트 브루어리가 최근 2400개로 늘어났다. 크래프트 맥주의 기본 재료인 맥아 종류와 제조 방식에 따라 특유의 향을 비롯해 무게감과 끝맛을 달리하는 게 크래프트 맥주만의 매력이다.
'요즘 뜬다'하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 장터 내 과르네리 탭하우스는 국내 최대 규모의 크래프트 맥주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세계 각국의 향과 맛을 지닌 크래프트 맥주 50여종이 전문 브루마스터(맥주 장인)의 까다로운 선별을 거춰 국내로 들어왔다. 수입 크래프트 맥주 외에도 독일 등 해외에서 공수한 맥아로 국내에서 직접 만든 수제 크래프트 맥주도 즐길 수 있다. 과르네리 탭하우스는 올해 연말까지 20여종의 수제 크래프트 맥주를 선보일 예정이다.
내부는 유럽의 펍 레스토랑(Pub Restauant)으로 꾸며 점심에 찾기에도 무리가 없다. 짭조름한 치즈 피자와 파스타, 치킨 등 다양한 식사와 함께 맥주, 위스키, 와인 등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젤라또 아이스크림은 물론 바리스타가 직접 내린 커피도 판매해 카페로 찾는 사람들도 다수다.
메뉴는 퓨전 이탈리아 다이닝. 까다로운 식재료 선택은 물론 인공 조미료를 뺐기 때문에 전 메뉴가 '100% 핸드메이드'를 표방한다. 맥주만 수제가 아닌 셈이다. 젤라또 역시 이탈리아에서 퓨레를 들여와 직접 만들었다.
김현 장앤크래프트브루어리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맥주는 치킨과 함께 먹거나 1차로 소주를 마신 뒤 2차를 위한 술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며 "맥주 자체의 깊은 풍미를 즐기면서 치킨만이 아니라 다양한 식사와 함께 곁들일 수 있는 최고의 술임을 증명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돌아와 크래프트 맥주 얘기를 좀 더 들어보자. 국내 맥주의 경우 맥아 비율이 10% 이상이어야 맥주로 인정받는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맥아가 67% 이상이어야 맥주라고 불려 차이가 있다. 국내 대형 맥주 업체는 대부분 50~60% 함량의 맥아에 옥수수와 전분 등을 추가한다. 독일 현지 맥주와 맛에서 차이가 난다는 얘기도 이 때문이다. 독일 크래프트 맥주 대부분은 맥아 100%다.
크래프트 맥주의 경우 유통 기간이 짧아 냉장보관이 필수적이다. 생산 후 단기간 내 소비해야 하기 때문에 품질 위주의 소량 생산만 한다. 장기간 보관이나 이동 시 특수 처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수입 업체의 경우 특별한 관리 비법이 요구된다. 인공 여과나 살균 과정을 최소화해 미네랄마저 살아있게 만드는 게 크래프트 맥주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과르네리 탭하우스의 경우 전라도 순창에 1500평 규모의 맥주 공장을 만들어 직접 크래프트 맥주를 제조·관리한다. 국내 수제 맥주로는 최대 규모다.
한국마이크로브루어리협회장이자 전라도 순창 소재 양조장의 총 책임자인 차보윤 씨는 "크래프트 맥주의 매력은 높은 영양분을 물론 맥주 장인의 혼이 담겨 맥주마다 특별한 맛을 낸다는 것"이라며 "다양한 해외 크래프트 맥주를 맛보이는 것은 물론 순창의 물로 빚은 국내산 프리미엄 크래프트 맥주를 국내 곳곳에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과르네리 탭하우스는 순창 양조장을 기반으로 지역 특색을 살린 가맹점들을 차례로 열 예정이다. 대형 마트 입점도 앞두고 있다. 국내 대형 포털사와의 공급 계약 체결
김 대표는 "내년까지 국내에는 100여개의 점포를, 전세계적으로는 1000개의 점포를 준공할 계획"이라며 "각 지역과 국가에 어울리는 대표적인 크래프트 브루어리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 조현령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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