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⑥ LG유플러스, 고품질 서비스로 "5:3:2 구도 깰 것"…LTE 기반 '탈통신'으로 승부수 ◆
통신업계에서 익히 불리는 '5:3:2 구조'는 의자놀이를 연상시킨다. 지난해 말 기준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5400여만명. 국민 1명당 1대 이상의 휴대전화를 보유하면서 통신 시장은 120%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의자 수가 이미 정해진 상황에서 통신사들은 서로의 의자를 빼앗아 시장 점유율을 높여야 하는 상황에 맞딱드린 셈.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은 SK텔레콤이 약 50%, KT가 약 30%, LG유플러스가 약 20%로 10년 넘게 고착화됐지만 여전히 점유율을 지키고 차지하려는 통신사간 경쟁은 끊이지 않는다. 살아남으려면 '의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5:3:2 구조, 어떻게 시작됐을까
지난 1996년 세계 최초로 인천과 부천 지역에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개인 휴대전화(PCS) 상용과 함께 이동통신 시대가 도래했다. 서울과 수도권으로 CDMA 디지털 이동전화 서비스가 개시됐고 011(구 한국이동통신, 현 SK텔레콤)과 017(신세기통신)이 주도권을 잡은 시장에 016(한국통신프리텔)·018(한솔PCS)·019(LG텔레콤) 등 3사가 뛰어들며 5각 경쟁 체제가 형성됐다. 이후 이 구도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합병(M&A), KT(당시 KTF)의 한솔PCS의 합병이 이뤄지면서 부터다. 단순 합산으로는 2:2:1 구조인 듯 보이지만 과점 업체인 SK텔레콤과 신세기 통신의 인수합병으로 사실상 5:3:2의 시장 점유율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에 LG텔레콤은 지난 2009년 12월 같은 LG그룹의 통신 계열사로 일명 '쓰리콤'으로 불리던 LG데이콤, LG파워콤과 통합해 대응에 나섰고 2011년부터 4G LTE 투자에 집중하면서 순 4G가입자로는 2012년 당시 타 이통사를 압도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2012년 2분기 기준 LTE 커버리지가 국내 대도시 뿐 아니라 읍면동에 이르기까지 완전 개통되면서 네트워크 장비 국제 사업자 협회인 GSA와 세계적인 통신장비업체 에릭슨이 LG유플러스의 세계 최초 LTE 전국 서비스 시작을 인정하기도 했다. 세계 최초의 기술력으로 5:3:2 구조를 단박에 흔들었던 셈이다.
◆ 5:3:2 구조, 소비자는 지쳤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가 현재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만 19세 이상 이동전화가입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5.6%는 이동통신 시장점유율이 고착화됨에 따라 가계 통신비용 부담이 증가되는 등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통신 가입자 편익 및 서비스의 질이 저하되고 있고 건전한 경쟁 부재로 시장이 왜곡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동통신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위한 황금 비율로는 응답자의 40.4%가 '3:3:3 구조'를 택했다. '4:3:3 구조'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38.7%에 달했다. 결국 3위 업체인 LG유플러스가 경쟁력을 키우길 바란다는 의민데 '넘버 3의 반란'은 가능할까?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지난 2월 무선통계 현황을 살펴보면 SK텔레콤의 점유율은 50.09%다. 시장점유율 50% 아래로는 단 한 번도 떨어져본 적이 없는 SK텔레콤이지만 최근에는 꽤 고전하는 모습이다. 매년 연말 발표된 시장 점유율을 보면 지난 2011년 12월부터 SK텔레콤의 시장 점유율은 50.57%에서 50.28%, 50.02%로 계속 줄었다. 과도한 보조금으로 지적받아온 올해 1월 50.04%로 소폭 상승, 지난 2월에는 시장 점유율 50.09%를 기록할 수 있었다. KT 역시 지난 2011년 12월 이동통신 시장점유율 31.54%에서 2012년 12월 30.77%, 지난해 12월 30.09%로 꾸준히 감소했다.
반면 지난 2011년 12월 17.89%를 기록했던 LG유플러스는 이후 매년 연말 18.95%, 19.89%로 성장하면서 시장 점유율 20%를 목전에 뒀다. 지난달 KT와 LG유플러스의 사업정지로 SK텔레콤만이 영업이 가능하면서 SK텔레콤은 한 달 간 10만3364명의 번호이동 가입자를 유치했지만 지난 5일부터 LG유플러스가 사업 재개에 들어가면서 황금 비율에 대한 시장 기대감도 높아졌다. 오는 27일부터 KT도 사업을 재개하면 5:3:2 구조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5:3:2 구조 깨기 위한 시도는 계속
영업을 재개한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LG유플러스의 번호이동 건수는 2만4336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약 8000명씩 LG유플러스로 번호이동을 한 셈인데 이는 영업정지가 시작된 지난 13일 이후 빼앗겼던 총 5만8380명의 가입자 중 3분의 1을 되찾은 수준이다. 최근 업계 최초로 발표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와 삼성전자의 신제품 갤럭시S5로 이통통신 점유율 상승에 전략적으로 나서겠다는 게 LG유플러스의 설명이다.
LG유플러스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로 시장에 다시 한 번 승부수를 던졌다. 이동통신 3사 최초로 LTE 전국망을 구축했던 저력으로 다시 한 번 고품질 서비스를 출시하겠다는 목표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4월 국내 최초로 문자·음성·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한데다 7월 100%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내놓으며 시장을 긴장시켜 왔다. 8월에는 주파수 경매를 통해 이동통신 3사 중 가장 넓은 주파수폭도 확보했다. 서로 다른 LTE 주파수를 연결해 대역폭을 넓히는 3밴드 CA(Carrier Aggregation) 기술에 성공해 이론상 기존 LTE보다 6배 빠른 속도가 가능해졌다. 덕분에 지난해 54만5000여명의 가입자가 유치되면서 이동통신 3사 중 유일하게 순증을 기록했다. 한 때 시장점유율이 19.9%까지 오르면서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도 상승했다.
김영섭 LG유플러스 CFO 부사장은 "올해에도 LTE를 중심으로 무선 가입자와 ARPU를 개선시켜 지난해 대비 영업수익 6%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5% 이상의 가입자 순증을 목표로 8조3000억원의 영업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가 단독으로 영업을 진행하는 기간동안 갤럭시S5가 공식 출시되는 점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 3사에 의해 사전 출시되긴 했지만 삼성전자가 공식 출시하는 지난 11일부터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이 펼쳐졌다. LG유플러스는 갤럭시S5 구매자에게 기어핏과 기어2 네오 할인권을 제공하는 등 공격적인 이벤트에 나섰다.
LG유플러스의 경우 경쟁사와 달리 1500여개의 대리점을 통한 직접판매 비중이 전체 실적의 최대 80%를 차지한다. 직접 판매 방식의 경우 상담이나 향후 서비스 등에서 완전 판매가 가능해 만족도는 물론 매출 가시성도 높다.
주가 호재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1분기 이동통신 3사의 영업정지 영향으로 8000원대에서 횡보하던 주가는 계속되는 가입자 순증세에 힘입어 지난해 4월말 1만원대를 돌파했고 8월 1만3900원의 고점을 찍기도 했다. 최근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통해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현재는 1만원선에서 거래가 지속되고 있다.
◆ LG유플러스, 승부사 기질로 탈통신 승부
통신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 3사 중 가장 먼저 탈통신 비전을 밝혀왔다. 점유율 공략은 계속하되 포화된 이동통신 시장에서 '의자 놀이'를 멈출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먼저 100% LTE 기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인 Uwa를 통해 여러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도록 했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면 전화가 걸려와도 화면 전환 없이 이용 중인 서비스를 그대로 이용하면서 통화가 가능하고 상대방과 실시간으로 휴대전화 화면을 비롯해 음악, 카메라, 현재 위치 등을 공유할 수 있다.
업계 최초로 선보인 3D 풀클라우드 내비게이션인 유플러스NaviLTE는 한 달 만에 가입자 수 10만명을 넘어서며 누적 가입자 300만명을 돌파했다. 별도의 다운로드나 업데이트 없이 실시간으로 3D 풀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홈 CCTV를 비롯해 유플러스비즈 인터넷 전화가 기업통신서비스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이동통신 외 영역에 대한 확장 의지를 꾸준히 드러내고 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그래픽=비주얼다이브]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