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 악화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한진해운이 한진그룹 품에서 재도약을 꿈꾸게 됐다.
계열 분리를 통해 독립 경영을 꿈꾸던 최은영 회장은 해운업 불황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한진해운의 핵심사업을 시숙(媤叔)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완전히 넘겨줬다. 지난 1986년 한진해운의 경영 정상화를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는 조양호 회장은 다시 한번 한진해운의 부활이라는 숙제를 받게 됐다. 한진그룹은 육해공 물류사업을 모두 아우르게 되면서 명실상부한 종합 물류회사의 모양새를 갖췄다.
◆ 한진해운 대표이사, 최은영 회장에서 조양호 회장으로
29일 한진해운홀딩스와 한진해운은 잇따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한진해운홀딩스의 인적 분할안, 한진해운홀딩스 분할 신설법인과 한진해운의 합병안을 가결시켰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을 이끌던 최은영 회장은 한진해운의 일부 사업만 떼어내 독립하게 되고 한진해운의 핵심사업은 조양호 회장의 한진그룹으로 편입되게 된다. 최은영 회장은 남편인 故 조수호 회장이 별세한 2006년부터 한진해운을 경영하면서 2009년 지주사인 한진해운홀딩스를 설립하는 등 한진해운의 계열 분리를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8년여 만에 조양호 회장에게 회사를 양보하게 됐다.
이번 주총에서 분할 합병안이 통과되면서 한진해운홀딩스에서 해운지주사업과 상표권 사업부문이 한진해운과 합병돼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한진그룹에 편입된다. 최은영 회장은 핵심 사업이 떨어져 나간 한진해운홀딩스의 기존 법인을 맡게 된다. 한진해운홀딩스의 기존 법인에는 여의도사옥과 정보기술회사 싸이버로지텍, 선박관리회사 한진에스엠, 3자 물류회사 HJLK가 남게 된다. 4개사의 지난해 매출액 기준으로 약 5000억원 규모다.
한진그룹에 편입되는 한진해운이 지난해 2400억원대의 적자를 낸 데 반해 최은영 회장이 가져가게 되는 싸이버로지텍은 지난해 91억원, 한진에스엠은 35억원, HJLK는 11억원의 흑자를 냈다. 즉 한진해운의 부실 책임이 온전히 한진그룹으로 넘어가게 된 셈이다.
최 회장은 이날 한진해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한진해운의 새 대표에는 조양호 회장이 선임됐다. 기존에 선임됐던 한진과 한진칼홀딩스 대표 이사 출신의 석태수 한진해운 사장과 함께 조양호 회장, 강영식 대한항공 부사장이 이날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면서 한진해운 등기 사내이사직은 모두 한진그룹 출신들로 채워졌다.
◆ 조양호 회장, 두번째 한진해운 정상화 도전
한진해운은 지난 3년 동안 4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1400%를 넘는다. 녹록치 않은 상황이지만 조 회장은 이전에도 한진해운의 정상화를 무난히 이뤄낸 경험을 토대로 회사 정상화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조 회장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서도 한진해운이 흑자 전환할 때까지 연봉을 전혀 받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앞서 1986년 한진해운은 잇단 적자로 투자해놓았던 컨테이너선과 장비의 상환도 어려운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그 해에 대형 신형선을 6척이나 인수하는 투자 결정을 내렸다. 또한 장기 불황으로 선발 해운 기업들이 줄이어 철수한 북미 항로에 새로운 항로를 개설하고 선박을 투입하는 등 안이한 경영으로 위기에 빠졌다.
당시 대한항공 전무였던 조양호 회장은 한진해운 정상화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에 자리잡은 항공경영을 한진해운에 접목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조 회장은 운항원가가 높은 항공화물을 취급하는 항공사의 원가 인하 노하우를 한진해운에 도입해 1년도 지나지 않아 완전 흑자 전환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다.
향후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에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한진해운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등 강력한 자구 계획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 인수를 통해 육해공을 잇는 종합 물류전문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항공운송, 해상운송, 육상운송 각각의 특성을 살려 운송을 하게 되면 원가 절감을 통한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기존 항공-육상에만 국한되던 연계 수송이 항공-해상-육상을 잇는 새로운
한진그룹 관계자는 "세계 항공업계를 선도하는 대한항공의 경영 노하우가 한진해운의 인프라와 접목되면, 한진그룹의 펀더멘털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 또한 발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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