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를 타고 북인천 청라IC로 빠져나가면 청라지구 시내곳곳에 선거홍보물처럼 '차병원, 청라에 1조 5000억원 투자'라는 플랭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다. 청라지구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송도보다 멀지만 서울에서 가까워 투자를 놓고 장단점을 따지자면 송도와 쌍벽을 이루는 곳이다.
인천시는 지난달 28일 차헬스케어,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함께 '청라국제도시 의료복합타운'조성을 위한 사업협약을 체결하고 올해부터 2018년까지 약 26만㎡(약 8만평)부지에 1조 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차헬스케어는 이곳에 각 진료과별 전문병원과 함께 교육, 연구시설, 메디텔 등 지원시설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청라의료복합타운은 제대로 될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먼저 시행사인 차헬스케어는 3개월 안에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인천시에 제출해야 본 계약이 체결되고 토지매입과 같은 구체적인 사업에 들어갈 수 있다.
한 의료계 인사는 "토지용도 변경을 비롯해 정부의 투자활성화대책, 외국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는 요건완화방안 마련 등 많은 선결과제가 도사리고 있다"며 "무엇보다 지난해 발표한 한진과 미국 PHI(Partners Healthcare International)사의 송도 의료복합단지 진행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된 점을 볼때 제대로될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인천 여론도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송영길 시장이 이전에 발표한 의료복합단지 1곳도 제대로 못하면서 청라 프로젝트를 서둘러 발표한 것은 지방선거에 이용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시각이다. 또한 한진에 이어 차병원그룹의 의료복합타운 조성은 인천시가 의료민영화와 영리병원설립을 선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일고 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2010년 6월 지방선거때 영리 의료법인 반대 입장을 밝히고 시장에 당선됐고 그 이후에도 영리병원 설립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었다. 이를 위해 지난해 4월 하버드의대 협력의료기관인 PHS(Partners Healthcare System)의 국제협력전담법인인 PHI와 협약을 맺고 150개 병상의 외국인전용 진료센터를 포함해 총 1300개 병상을 갖춘 종합병원을 건립하고 의료호텔, 디지털의료연구센터, 뷰티타운, 건진센터, 시니어타운 등을 지어 의료관광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당초 참여를 약속했던 서울대병원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서 이 계획은 지지부진해졌다. 인천시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한 다른 대학병원을 상대로 참여의사를 타진 중에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인하대병원의 모체인 한진그룹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한진 의료복합단지'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한진그룹이 2018년까지 5000억원을 투자해 송도에 진료, 교육, 연구복합단지를 조성하는데 1300병상 규모의 병원을 건립하고 질환별 전문 특성화 센터를 운영하며 최고급 메디텔 숙박시설, 시니어타운, 의료컨설팅 등을 위한 메디컬 비즈니스센터와 연구 단지를 따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 역시 진행이 더딘 상태다. MOU 효력은 지난달말로 끝났지만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의료 단지건립을 위한 토지의 용도변경작업을 아직 진행하기 못하고 있어 기본협약체결내용 추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시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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