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호조세에 힘입어 깜짝 실적을 내놓았다.
라인에 이어 지인 기반의 폐쇄형 SNS인 '밴드'도 글로벌 시장에서 가능성을 보이면서 향후 실적 전망을 더욱 밝게 하고 있다. 하지만 호실적에도 네이버의 주가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과 동조화 현상을 보이면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8일 NAVER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이 18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5% 증가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63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9%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1289억원으로 같은 기간 17.9% 감소했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1607억원의 영업이익을 전망했다. 실제 발표치는 증권사 전망치를 18.1%나 웃도는 금액이다. 지난 3개월 동안 네이버의 1분기 실적 전망치를 내놓은 21개 증권사 가운데 1800억원 이상의 추정치를 내놓은 곳은 단 두 곳에 불과했다.
증권가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라인은 지난 분기에도 성장을 지속했다.
라인의 가입자수는 4억2000만명까지 늘었다. 특히 지난 1분기에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면서 이 드라마에 간접 광고를 했던 라인의 가입자수도 동남아를 중심으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당초 네이버는 올 연말 라인 가입자수 목표를 5억명으로 잡았지만 목표 초과 달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라인 매출액도 늘고 있다. 지난 분기 라인 매출액은 총 14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7% 증가했다. 구글에 지급하는 수수료 등을 포함한 총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40.2% 성장했다.
불과 2~3년 전까지 네이버의 매출액은 거의 전부가 국내에서 발생했지만 라인의 흥행에 힘입어 지금은 전체 매출액은 1/4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라인에 이어 지인 기반 SNS인 '밴드'도 글로벌 가입자수 3000만명을 넘어서면서 네이버의 해외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일본과 대만 등지에서 수백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하는 등 현재까지의 성과는 상당히 고무적인 상황이다.
네이버가 증권가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실적을 내놓게 된 가장 큰 요인은 네이버가 당초 증권가가 예상했던 것보다 마케팅 비용을 훨씬 더 적게 썼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지난 1분기에 417억원의 광고선전비를 썼다. 지난해 4분기보다 818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400억원 가량 줄었다. 전분기 대비로 네이버의 영업이익은 355억원 가량 늘었는데 감소한 마케팅 비용만큼 영업이익이 늘어난 셈이다. 이는 향후 마케팅 비용이 다시 공격적으로 집행됐을 때 네이버의 실적이 다소 주춤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네이버 황인준 CFO(최고 재무책임자)는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지난 분기 마케팅 비용은 앞선 2개 분기에 비해 적었지만 올해 연간 마케팅 비용 예산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잡고 있다"라며 "경쟁 환경에 따라서 투자 규모나 투자 지역을 탄력적으로 조정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네이버의 깜짝 실적에도 불구하고 이날 네이버 주가는 3%대의 약세를 보였다. 지난 2개월간 네이버 주가는 88만원에서 고점을 찍은 뒤 이날 70만5000원까지 11.9%나 하락했다. 4위까지 올랐던 시가총액 순위도 어느새 7위까지 밀렸다.
이는 최근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글로벌 SNS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네이버에 대한 투자심리도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주가가 그동안 페이스북, 트위터 등 글로벌 SNS 종목과 동조화현상을 보이며 급등세를 보였지만 이들 종목이 급락세를 돌아서면서 네이버 주가도 같이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페이스북 주가는 지난 6일 4.39% 하락한 데 이어 전날에도 1.95% 떨어졌다. 트위터 주가도 지난 6일 17.81% 폭락한 데 이어 7일에도 3.7% 빠졌다. 여기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상장을 추진하면서 '외국인이 네이버를 팔아서 알리바바 투자금을 마련한다'는 설도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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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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