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남광토건, LIG산업, 동양건설산업 등 중견건설사들이 인수합병(M&A)이란 배수진을 치고 있다. 그러나 실적 개선 속도가 더디고 유사한 매물이 쌓여있어 각각 적절한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남광토건은 지난 9일 매각 공고를 내고 오는 23일부터 인수의향서(LOI)를 접수받는다. 회사는 지난 2012년 12월 인가 받은 회생 계획 채권 중 대부분이 출자 전환 완료돼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매각공고를 허가받았다.
남광토건이 6번째 새주인을 찾아 나서자 경영 정상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한껏 부풀고 있다. 회사 주가는 매각 공고가 난 7일부터 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이달 들어 35.6% 올랐다.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되며 주가는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저점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시장 반응이 과열됐다는 평가와 함께 남광토건의 매각 가능성이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사 측에 따르면 남광토건은 현재 8000억원의 수주 잔고를 확보하는 등 내실을 다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7.7% 줄어든 2844억9700만원로 자체 사업 활성화가 아직 뚜렷하지 못하다. 영업손실은 84.4%로 대폭 줄었지만 판관비 관리 효과로 판단된다.
남광토건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관급공사 중심으로 수주를 확보했지만 M&A가 성사되면 신용도를 회복해 민간 공사에도 진행할 것"이라면서도 "올해 수주 계획은 정확하지 않아 언급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LIG건설, 동양건설산업 등 이미 M&A 시장에 나와 있는 기업들도 팔리지 않는 상황에서 '유사 매물만 쌓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LIG건설은 지난해 5월부터 매각작업을 추진 중이며 지난해 8월과 지난달 진행한 경영권입찰은 모두 자금 조달 계획 불투명을 유찰됐다.
동양건설산업도 지난해 말 전액 자본잠식에 빠져 회생계획변경안을 법원에 제출했다. 하지만 심의 전제 조건이었던 50억원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증시에서 퇴출되는 등 경영 악화를 겪고 있어 M&A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게다가 한때 도급순위 15위까지 올라섰던 벽산건설이 회생계획 인가 이후에도 적자를 지속해 M&A에 실패, 파산선고를 받으면서 시
한 금융투자회사 연구원은 "비슷한 규모의 회사들이 M&A를 진행 중이라 특별한 투자 매력이 없는 회사들의 경우, 성사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며 "경영권 매각을 수차례 시도했지만 실패했을 경우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매경닷컴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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