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한기훈 씨(가명ㆍ44)는 가족나들이용으로 SUV를 사기 위해 7년간 타던 세단을 팔기로 결심했다. 우선 자동차를 잘 알고 있는 친구 등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중고차 처리 방법이 다양해 어떤 게 나은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는 직거래해야 한다고 권유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매업체에 파는 게 오히려 신경 쓸 일이 없어 낫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도매시장 역할을 하는 경매장에 내놓으면 딜러에게 팔 때보다 낫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각 거래법의 장단점이나 주의사항을 알려주는 사람은 없어 결국 고민만 하다 한 달이 훌쩍 지나버렸다. 그 사이 자신이 팔려던 차량의 시세는 소폭 하락했다. 시간과 비용만 낭비한 셈이다. 새 차를 샀든, 중고차를 샀든 정들었던 차를 헐값에 넘기기를 원하는 차주는 없다. 문제는 중고차의 경우 신차와 달리 품질이 제각각인 데다 어디서 누구에게 어떻게 파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현재 개인이 중고차를 팔 수 있는 방법은 개인 간 직거래, 딜러 판매, 경매 등 세 가지다. 각 처리방법에 따라 장단점이 있다.
1. 개인간 직거래
수수료없고 좋은 값에 팔수있어, 발품은 필수…사기도 조심해야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비싼 값에 팔 기회를 얻지만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고 사기를 당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개인 간 직거래는 중고차 오픈마켓이나 동호회 등을 통해 이뤄진다. 지인, 혹은 인터넷 카페 등을 이용해 개인끼리 직거래하는 경우가 수수료 없이 내 차를 좋은 가격 조건에 판매할 가능성이 높다.
중고차 오픈마켓을 이용할 때는 매물이 가장 많이 등록되는 수ㆍ목요일을 피해 올리면 매물을 좀 더 잘 노출할 수 있다.
판매 희망가를 결정할 때는 해당 차종 시세와 다른 판매자들이 내놓은 동종 차종의 가격을 파악하는 게 먼저다. SK엔카, 오토인사이드 등 중고차 오픈마켓에 들어가면 시세와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판매 희망가를 정한다.
높은 가격을 받고 싶다며 동종 매물보다 너무 비싸게 가격을 기재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가격을 어느 정도까지 깎아줄 수 있는지 기준을 세워두는 것도 필요하다. 구매자들도 가격 정보를 파악하고 있어 가격이 비싸면 판매하기 어렵고,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떨어지는 중고차 속성상 손해볼 수 있다. 구매자와 만났을 때는 보험 가입과 소유권 이전 여부를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돈만 받고 차량을 넘긴 상태에서 교통법규를 위반했다거나 교통사고가 일어났는데 운전자가 책임을 지지 않을 경우 차주에게 책임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심할 경우 구입자가 소유권 이전을 하지 않은 채 대포차로 몰래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
중고차 컨설턴트인 신현도 피치오토앤컨설팅 대표는 "개인 간 직거래는 손품ㆍ발품을 많이 팔수록 좀 더 좋은 가격에 팔 수 있다"며 "중고차 오픈마켓이 제공하는 판매보증과 이전등록 서비스를 이용하면 좀 더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2. 딜러·위탁판매
값 덜받아도 빠르고 편리하게, 협상전 '에누리' 범위 정해둬야
빠르고 편리하게 판매할 수 있다. 다만 직거래할 때보다는 낮은 가격에 팔게 된다. 좀 더 좋은 가격에 팔기 원한다면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중고차 오픈마켓이나 중고차시장에서 활동하는 딜러 3~4명에게 전화한다. 중고차시장별로 가격이 차이 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서로 다른 시장에서 근무하는 딜러들에게 연락하는 게 좋다.
딜러들은 가격을 낮추는 데 전문가이므로 얼마까지 깎아줄지 미리 결정해 둬야 가격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가격을 절충하기 전 계약금 일부를 미리 받는 건 피해야 한다. 딜러가 차를 직접 확인하면서 인터넷에 올라온 차 상태가 실제와 다르다며 여기저기 흠을 잡아 차값을 내려도 미리 받은 계약금 때문에 계약파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일부 딜러는 매입금액을 주면서 소유권 이전까지 유예 기간을 달라고 한다. 매입했을 때 발생하는 세금을 줄이기 위해 명의 이전을 하지 않은 채 개인 간 거래 방식으로 판매한 뒤 중간 차액만 가져가려는 목적 때문이다.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가 나면 차주가 대신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딜러에게 수수료를 주고 위탁 판매하는 방법도 있다. 차값이 비쌀 경우 매입에 부담을 느낀 딜러들이 위탁 판매를 권유하기도 한다. 위탁 판매는 위험부담이 크다. 구입자가 나타났을 때 판매와 이전 등록까지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딜러에게 인감증명서, 차량등록증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사기의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3. 경매 입찰
100여명 딜러간 경쟁으로 값올라, 경매 출품 되도록 빨리해야 유리
현대기아자동차경매장(현대글로비스오토옥션), 엠파크 옥션플러스(동화오토앤비즈), kt렌탈 오토옥션 등 자동차경매장을 이용하면 딜러에게 차를 팔 때보다 좋은 값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중고차 가격은 수도권이 다른 지역보다 싼 편인데, 다른 지역 딜러들이 매물이 많은 수도권 경매장에서 차를 구입한 뒤 이윤을 붙여 파는 경우가 많다.
보통 100~200여 명의 딜러들이 낙찰 경쟁을 벌인다. 물론, 딜러에게 팔 때보다 항상 좋은 값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싸게 팔 욕심에 무턱대고 높은 희망가를 설정하면 낙찰이 안 돼 출품료와 탁송료 등 비용만 낭비할 수 있다. 출품료는 6만원 정도이고 낙찰 시 수수료는 낙찰가의 2.2% 정도다.
경매로 좋은 값에 빨리 처리하려면 일찍 출품해야 한다. 수요일에 열리는 경매장이라면 목~토요일 출품하는 게 화요일에 내놓는 것보다 유리하다. 출품을 빨리할수록 차 정보가 인터넷으로 빨리 공지돼 경매 회원들이 미리 구입 고객들을 발굴한 뒤 가격 협의가 이뤄진 상태에서 응찰하기 때문이다.
경매장에 직접 출품하는 게 번거롭다면 피치오토앤컨설팅, AJ셀카 등 매입전문점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매입전문점에 위탁하고 10만~30만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내면 대신 차량을 경매에 출품해준다. 탁송이나 서류 작성 등을 대행해주고, 유찰되면 다시 재입찰해주거나 직접 매입해주기도 한다.
온라인 경매도 있다. 엠파크는 모바일
[매경닷컴 = 최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