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있기? 없기?’ 시리즈를 관심 있게 봐 온 독자들이라면 이번 주제야말로 ‘역대급’으로 적절한 기사가 아닐까란 생각을 가질 법하다. 최근 가장 뜨거운 시장 중 하나인 저비용항공사(LCC)에 관한 얘기라는 점과 동시에 국적 대 외국계 LCC의 비교이니 말이다.
실제로 간혹 기자에게 항공여행 관련한 질문이 들어올 때 가장 많은 것 중 하나가 똑같은 지역에 가는데 왜 항공사마다 가격 차이가 크게 나느냐이다. 특히 LCC의 경우 외국계 LCC의 한국 진출이 늘어나면서 가격에서부터 환불이나 수수료 정책, 그리고 기내 서비스까지 그 편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추세라 더욱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준비했다. 국적과 외국계 LCC는 과연 무엇이 다를까.
◆ 외국계 LCC 탑승객, 꾸준히 증가세? = 국내외 LCC를 타고 해외여행을 다녀온 우리나라 사람의 비율이 지난해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넘어선 가운데 올 초 4개월 간 수치를 집계한 결과 전년대비 20.7%의 증가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공항공사 통계에 따르면 올 1월부터 4월까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해외여행을 다녀온 승객은 1405만 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14.1%인 198만 명이 국내외 LCC를 이용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1%에서 3.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동안 기존항공사는 4.7% 증가한 반면 LCC는 무려 20.7% 증가했다. 주목할 만한 사항은 외국계 LCC의 탑승객 감소로, 지난해 자국 항공당국으로부터 ‘운항 전면중단’이라는 제재조치를 받았던 에어아시아제스트와 세부퍼시픽 등 필리핀 국적 항공사의 이용객 감소가 두드러졌다.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한 제주항공, 진에어,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우리나라 국적 LCC의 수송객수는 136만여 명으로 지난해 동기대비 39.2% 증가한 반면, 에어아시아제스트를 비롯한 세부퍼시픽, 스쿠트항공, 피치항공 등 외국계 LCC의 수송객수는 62만여 명에 그쳐 6.4% 줄었다.
이는 지난해부터 특가운임을 내세우며 공격적으로 한국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외국계 LCC 증가세와 확연히 대비되는 현상이다. 이같은 통계는 단순히 저렴하다고 해서 한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한계를 방증하는 결과이다.
◆ LCC, 무조건 싸면 좋다고? = 이처럼 국적 LCC의 여전한 급성장세와 외국계 LCC의 이용객수 감소현상은 가격과 서비스 둘 다 원하는 우리나라 소비자만의 독특한 심리에서 기인한다고 분석된다.
한국소비자원이 올 2월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13년 외국계 LCC 관련 피해는 209건이 접수돼 2012년(33건) 보다 무려 6배 이상 증가했고, 국내 LCC(87건) 보다 2.4배나 피해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내역을 살펴보면 ‘운송불이행, 지연’이 132건(63.2%)으로 가장 많았고, ‘항공권 구입 취소 시 위약금 과다 및 환급 거절’이 62건(29.7%)이었다.
외국계 LCC는 모객이 되지 않으면 운항을 취소하는 일이 있고, 국적 LCC와는 달리 취소 및 환불 처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거나 환급을 거절당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적 LCC를 경험한 우리나라 국민이 외국계 LCC도 이와 비슷하거나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낭패를 입을 수 있다”면서 “본격적인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합리적인 가격에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무조건 운임만 볼 것이 아니라 외국계 LCC와 국적 LCC의 차이점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 국적 LCC엔 없고, 외국계 LCC엔 있다? = 20대 회사원 옹골찬(가명) 씨는 얼마 전 황금연휴에 외국계 LCC를 이용해 필리핀 여행을 떠나려고 계획을 잡았다. 콜센터를 통해 예약을 하려던 옹씨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예약을 하는데 수수료가 발생했기 때문.
옹씨의 경우처럼 외국계 LCC는 국적 LCC와 달리 예약수단에 따라 수수료가 발생한다. 우리나라 LCC는 공통적으로 인터넷, 모바일, 예약센터 등 예약방법에 따른 예약수수료를 별도 청구하지 않지만, 외국계 LCC는 다른 것. 실제로 필리핀 국적의 에어아시아제스트는 콜센터나 공항카운터 등을 통해 예약하면 1만5200원의 수수료를 물린다. 일본 국적 LCC 피치항공도 콜센터를 이용하면 3만900원, 공항카운터에서 구입하면 최대 4만6300원의 수수료를 더 내야 한다.
카드결제 수수료도 확인해야 한다. 외국계 LCC들은 카드로 결제하면 4000원부터 9000원까지 별도 수수료를 받고 있다.
또 우리나라 국적 LCC는 국제선에서 15~20kg까지의 수하물을 무료로 위탁해주지만, 외국계 LCC는 정규운임으로 구입할 때만 무료로 해주거나 특가 및 정규운임 상관없이 위탁수하물 요금을 받는 경우가 많다. 에어아시아제스트는 인터넷 사전예약으로 20kg 수하물을 구간당 1만8500원씩 받지만, 탑승당일 공항카운터에서는 3만 원을 내야 한다. 수하물 무게도 사전에 계획하고 예약해야 불필요한 지출을 막을 수 있다.
항공권 취소 시에는 더 난감한 상황이 발생된다. 환불규정은 항공사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의 외국계 LCC는 특가항공권은 환불이 안되고, 정규운임 항공권일 경우에도 취소수수료가 비싼 편이다. 일본국적 LCC 바닐라에어의 정규운임인 코미코미바닐라는 구간 당 3만6000원의 취소수수료가 발생한다.
반면에 국적LCC인 제주항공의 경우 국제선 취소 수수료는 특가항공권 구간 당 5만 원, 할인운임 항공권 구간 당 2만 원, 정규운임은 5000원을 받고 있다.
현금으로 환불 받을 경우 더 많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항공사도 있다. 피치항공은 인천~오사카 노선 항공권 운임을 환불하면 구간 당 1만5000원 차감한 나머지 금액을 지정된 기한 내에 항공권 예매에 사용할 수 있는 피치포인트로 환불해준다. 현금으로 환불 받고자 한다면 구간 당 3만5000원의 취소수수료를 내야 한다.
외국계 LCC들은 운임 환불 문제로 우리나라 소비자와 가장 많은 갈등을 빚고 있다. 외국계 일부 LCC는 항공권 종류와 관계없이 운임환불이 안 된다. 우리나라 소비자가 이를 따지려 해도 동남아 등 현지국가로 전화해 현지어로 소통해야 한다. 반면 국적 LCC들은 공항세와 유류세 등은 거의 100% 환불이 되며, 환불수수료를 공제한 나머지 항공료는 돌려주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LCC는 본인이 필요한 서비스에 대해서만 요금을 지불하고 사용하면 합리적인 비용으로 여행할 수 있지만 운임 외에도 각종 수수료가 발생한다”며 “특히 외국계 LCC의 경우 한국 국적 LCC에는 없는 지불수수료, 예약수수료 발생은 물론 현지에서 비상상황 발생 시 지원이 제한적이므로 국적 항공사와 같은 수준의 지원을 기대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 외국계 LCC, 기상악화로 비행기 못 뜨면 고객책임? = 외국계 LCC들은 기상악화나 정비문제로 인한 결항이나 장시간 지연시 항공사는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운송약관이 있어 해외공항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국적 LCC들은 해외공항에서 문제가 생기면 항공사의 손해를 감수하면서라도 숙식이나 대체편을 마련해 주고 있다. 원칙 보다는 정서를 더 고려하는 한국형 LCC의 모델을 따르기 때문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국적 LCC는 유럽과 동남아 등에서 성공한 LCC모델이 우리의 현실과 많이 다르
[매경닷컴 장주영 기자 semiangel@mk.co.kr] 매경닷컴 여행/레저 트위터_mktour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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