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총 4800억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방안을 내놨다. 특히 이번 재무구조 개선방안에 이동통신 3사에 대한 1800억원 출자전환 요구가 전제돼 시장의 이목 역시 집중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이같은 결정에는 팬택의 현 유동성 위기에 단말기 판매장려금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작용했다. 팬택이 이통사에 단말기 판매장려금을 지급해야 했기 때문이다. 보조금 형식으로 지급되는 휴대전화 판매장려금은 이통사 뿐만 아니라 제조사도 일부 관행처럼 지원하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방안이 통과되지 않아 팬택이 파산할 경우 이통사의 손해는 만만치 않다. 팬택이 파산하면 일단 판매장려금이 포함된 1800억원의 매출채권을 받기 어렵게 된다. 매출채권은 SK텔레콤이 50%, KT가 30%, LG유플러스가 2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정 통신사에만 최대 900억원의 손해가 발생하는 셈이다. 휴대전화 재고 문제도 발생한다. 현재 이통 3사의 팬택 재고물량은 약 60만대가량으로 팬택이 파산 결정을 받을 경우 A/S 서비스 등에 대한 우려로 단말기 재고 판매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 국내 3위 휴대전화 제조사의 파산에 이통사가 넋놓고 불구경에 나섰다는 시장 '눈치'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회생 동참 요구에 응하지 않아 출자전환을 하지 않을 경우 팬택의 청산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하지만 통신사가 선뜻 채권단의 출자전환 요구에 나서기도 어렵다. 채권단이 향후 팬택의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매각 시 감자를 거치면 원금 회수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재무구조 개선방안에도 10대 1 감자가 포함됐다. 현재 팬택의 1대 주주는 퀄컴(11.96%)으로 이어 산업은행(11.81%), 삼성전자(10.03%), 농협(5.21%)이 뒤를 잇는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지분율이 12.07%를 차지하지만 개별단위금고의 합계분이다.
팬택은 지난 1차 워크아웃을 비롯해 지난해 각각 20대 1과 4대 1의 무상 감자를 진행하면서 1차 워크아웃 이전 주주의 재산은 약 100분의 1로 줄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으로 진행될 경우 출자전환과 유상증자 등으로 기존 주주의 지분율은 5%대로 떨어지고 주요주주는 은행권과 통신사가 차지하게 된다. 퀄컴과 삼성전자 등과 같은 길을 통신사가 갈 가능성이 높다.
다음달 4일 팬택의 워크아웃 지속 결정 시한이 끝난다. 이번 개선방안이 무산될 경우 팬택은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07년 4월부터 5년 여동안 워크아웃 상태를 보낸 팬택은 지난 2011년 워크아웃에서 벗어났지만 다시 지난 2012년 3분기부터 영업적자를 보이고 있다. 법정 관리에 들어가면 업계 특성상 결국 청산될 가능성이 높다. 은행의 입장에서는 신규 투자가 아닌 출자전환을 통한 자금 수혈이기 때문에 부담을 덜었지만 통신사는 연간 8조원에 달하는 마케팅비를 지출하면서 효율성 적은 투자에 1800억원을 더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재고처리의 이점이 있긴 해도 경쟁사와의 동시 투자는 효율성이 적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매각을 염두해두고 신규투자가 아닌 출자전환을 제안한 것이기 때문에 향후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이통 3사가 선뜻 출자전환에 나서기에는 망설임이 있을 것"이라며 "통신사가 업계 눈치를 안 볼 수도 없는 상황이라 결정이 다소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