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상장사들의 실적에 비상이 걸렸다. 이미 지난 8일 공개된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 실적이 예상을 큰 폭으로 밑돌아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추정한 상장사 171곳의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 8일 기준 28조9339억원으로 지난 4월말 추정 대비 7.99%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에 이어 또다른 '어닝 쇼크' 소식에 대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2분기 실적 예상치가 계속 하향조정된 데 이어 6월 들어 원화 강세가 갑자기 불거졌기 때문이다. 유틸리티, 건설 등 일부 업종들만 선방할 것으로 전망된다.
◆2분기, 내외 우환이 겹쳤다
상장사들의 2분기 실적이 부진한 이유는 크게 원화 강세와 내수 침체가 꼽힌다. 특히 수출 기업들의 경우 6월 들어 급격히 오른 원화 가치가 환차손으로 이어져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이는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 실적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영업이익이 예상보다 1조원 가까이 낮은 7조2000억원에 그친 이유로 스마트폰 사업 부진과 함께 원화 강세를 꼽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원화가 달러, 유로화 뿐 아니라 대다수 신흥국 통화에 대해서도 강세가 지속돼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내수에서는 지난 4월 세월호 참사에 따른 소비 위축이 결정타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백화점, 카드 등 소비 관련 업종에서 소비 침체를 알리는 지표가 심심찮게 등장한 바 있다.
◆IT·자동차, 환율 '먹구름'
정보기술(IT) 업종은 원화 강세와 해외 경쟁력 약화라는 양대 악재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 실적이 '어닝 쇼크'를 기록함으로써 사전 경고를 내놓은 셈이다.
다른 IT 업체들도 삼성전자가 처한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원화 강세에 따른 환차손으로 이익률이 훼손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중국 등 후발 업체들의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외적으로 LG전자는 G3의 흥행으로 2분기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점쳐지며 SK하이닉스도 메모리 가격 강세로 호실적이 예상되지만 국내 IT 업계에서는 아직도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어규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 삼성전자 스마트기기의 판매가 부진했고 원달러 환율도 예상대비 급격히 하락하면서 대다수 업체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부진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특히 삼성SDI, 삼성전기 등이 삼성전자 부진과 맞물려 동반 침체에 빠질 업체로 지목받고 있다.
자동차 업종도 원화 강세의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품목인 자동차는 원 달러 환율이 상승할 경우 해외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원화 강세의 대표적 피해 업종으로 꼽힌다.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조24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실적 전망치는 지속적으로 하향되는 추세다. 지난 3월 말 현대차의 최대 볼륨 모델인 신형 쏘나타가 출시해 상당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지만 환율 효과가 신차 효과를 압도한 모습이다.
기아차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기아차의 2분기 영업이익 평균 전망치는 890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조1126억원보다 무려 20.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희근 현대증권 연구원은 "2분기 자동차 관련주들의 실적은 현재의 컨센서스를 대부분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5~6월 국내 연휴 증가에 따른 생산 차질과 2분기 원화 강세 영향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화는 전분기 기준 위안화 대비 5.7%, 달러와 유로화 대비 각각 3.6% 등 대부분의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세월호 여파 벗어나지 못해
유통업계는 세월호 사태 등 국가적 재난으로 인한 심리적 걸림돌로 소비회복이 지연됨에 따라 2분기 실적 부진이 점쳐진다.
다만 5월 연휴 효과가 일부 나타난데다 판관비 효율화도 이뤄져 실적 부진 정도는 1분기 대비 완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소비심리지표 등이 개선됐으나 2분기 세월호 사태가 발생하며 소비심리가 잔뜩 위축됐다"며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경기지표가 좋아질 것이란 뚜렷한 징조가 없어 실적 전망은 부정적이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실적 전망이 어둡다. 안 연구원은 "신세계의 경우 경기부진과 고가의류 판매 부진이 이어지면서 2분기 영업이익은 550억원으로 전년대비 2.7%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마트 역시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인건비 부담 요인이 대규모로 발생해 실적에 부담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와 달리 홈쇼핑은 온라인과 모바일 채널 확보로 성장성이 기대되는 업종으로 꼽혔다. 안 연구원은 "백화점과 마트들이 오프라인 채널에 여전히 의존하는 것과 달리 홈쇼핑은 몇 년 사이 온라인과 모바일 쪽으로 채널 전략을 변경해 성공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며 "이런 점에서 하반기 주목할만한 업종이다"고 전했다.
◆건설, 저가 수주한 해외 공사 마무리 수순
건설업계는 해외 저가 현장의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진입한 가운데 주택 부문 손실이 줄어들어 실적을 개선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주택 가격이 안정화되고 있으며 업계에 우호적인 부동산 정책이 논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열매 현대증권 연구원은 "DTI, LTV 완화 등 부동산 정책이 논의될 전망"이라며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이 건설업종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연초 대비 주가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종목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철강업계의 경우, 중국 철강 수요가 줄어든 것은 부담이지만 철광석, 철스크랩 등의 원료 가격이 하락해 실적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3분기까지 고로 원가가 톤(t)당 2~3만원 내외로 낮아져 업계는 완만한 속도로 실적을 개선할 전망이다.
박현욱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국내 1차 금속 회사들의 연결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13%,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해 기대치에 부합할 것"이라며 "철강업체들의 실적은 바닥을 확인했다"고 판단했다.
◆화학, 환율 여파로 하반기까지 기다려야
상반기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화학업종은 하반기부터 완만한 회복이 예상됐다. 다만 환율이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는 만큼 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은 중립 유지를 주문했다.
최지환 NH농협증권 연구원은 "화학업종은 경기 부진에 따른 화학제품 수요 회복 지연, 중국 업체들의 생산량 증가 등으로 부진했으나 하반기 들어 계절적 성수기 진입, 합섬원료 등 공급과잉이 심한 제품들에 대한 생산량 조정 등으로 상반기 대비 완만한 회복이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 지표와 주요 제품 가격이 반등하여 정유·화학 업체의 실적이 하반기에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2017년 이후 미국 등 주요국의 화학·정유시설 신증설이 많다는 점에서 투자의견 중립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한국의 화학·정유 업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편으로 당분간 화학·정유 업체의 실적은 환율 하락의 영향을 부정적으로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틸리티, 원화 강세 수혜주
유틸리티 업종은 시각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유틸리티 업종은 과거 대표적인 경기방어주였으나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환율과 유가 급등에 따라 경영실적이 악화되면서 찬밥 신세가 됐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에너지 가격 합리화라는 정책 기조가 유틸리티 업종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데다 원화 강세에 따라 해당 기업들의 경영실적이 정상화 될 것이란 분석.
정유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과거 정책이 국내 경제 성장 및 물가 상승 부담 억제를 위한 전기가스 요금 부담 완화였다면 현재는 에너지 가격 합리화로 바뀌고 있다"며 "정책 기조가 유틸리티 업종에 우호적으로 변화된 가운데 외부변수도 유틸리티 업종의 정상화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정도로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정 연구원은 또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가 수입하는 원재료는 연간 44조원에 달한다"며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원재료 구매비용 4조4000억원 절감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업종에 대한 투자의견 비중확대(overweight)를 제시했고 최우선 추천주(Top picks)으로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를 추천했다.
◆통신, 영업정지 불구 마케팅 비용은 '여전'
통신업계는 사상 최대의 영업정지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지난 1분기와 비슷한 건수의 번호이동이 이뤄지면서 기존 잠정치보다 높은 마케팅 비용이 예상되고 있다. 다만 가입자당 평균 매출액(ARPU) 측면에서는 긍정적 신호가 감지된다. 신규 가입자의 40%가량이 가입하는 등 무제한 요금제가 인기를 끌면서 이동통신 3사가 전부 1%가량의 ARPU 상승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까지는 ARPU 상승세가 유지될 것으로 시장은 전망하고 있다.
SK텔레콤의 2분기 예상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5.0% 상승한 4조300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같은기간 11.1% 뛴 6060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2분기 예상 마케팅비용은 지난 1분기 1조원보다 조금 감소한 8000억원 수준이다.
반면 KT는 특별 명예퇴직에 따른 대규모 일회성 비용(1조500억원)으로 8140억원의 영업손실이 전망된다. 2분기 예상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기간과 비교해 5.1% 증가한 6조500억원이다. KT는 단독 영업기간 동안 20만명이 넘는 번호이동 순증을 기록해 타사 대비 가장 우수한 영업성과를 달성하면서 타사보다 높은 마케팅비용을 부담하게 됐다. 다만 신규 가입자의 40% 가량이 무제한 요금제를 선택하면서 ARPU의 상승세는 기대된다.
LG유플러스의 2분기 예상 매출액은 전년동기보다 10.7% 증가한 3조600억원으로 2분기 영업이익은 같은기간 8.4% 증가한 1570억원이 예상된다. 영업재개 이후 지난달 2주차까지 번호이동 시장이 급격히 과열되면서 마케팅 비용이 예상보다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LG전자의 G3가 판매 시작과 동시에 공짜폰으로
[매경닷컴 김용영 기자 / 최익호 기자 / 고득관 기자 / 방영덕 기자 / 배윤경 기자 /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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