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으로 오세요"
번호키를 눌러 들어선 레스토랑 내부에는 바로 긴 복도가 이어졌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정도의 넓지 않은 폭이다. 복도 끝 와인셀러를 지나니 니은(ㄴ)자 모양의 가게 구조가 그대로 드러났다. 모서리 쪽에 놓인 가림막을 중심으로 단 두 개의 테이블만이 정갈하게 세팅돼 있다.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내부 인테리어와 달리 창이 보이지 않았다.
장명식 쉐프는 "창이 있지만 보안을 중요시 하는 자리가 많아 닫아 놓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라미띠에는 지난 1999년 국내 최초로 부티끄 레스토랑의 시작을 알린 곳이다. 지난 2005년 겨울부터 장 쉐프가 최대 두 테이블, 최다 14명이 식사를 할 수 있는 이 작고 비밀스러운 공간을 이끄는 수장으로 요리를 책임지고 있다.
"장소가 작고 협소한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걸 좋아하는 손님도 있고 크고 근사한 것을 선호해 꺼려하는 손님도 있어요. 과거 경제 관련 장관이 이곳을 찾았다가 '크기가 동네 골목 식당인 줄 알았다'며 면피를 준 적도 있어요. 하지만 20명이 넘어가면 직접 쉐프가 커버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그 이상은 절대 받지도 않고 키울 생각도 없습니다"
면피도 당했다는 그이지만 11년간 조선호텔에서 근무하며 쌓은 그의 실력을 신뢰하는 정재계 인사들이 방문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전 정권에서의 장관들을 비롯해 국회의원, 기업 총수, 외국계 기업 CEO들이 업무와 관련해, 또는 가족·친지들과 함께 이곳을 찾는다. 대표적인 총수 가족도 자리했다. 셰프에게 악수를 청하는 유명인사가 있는가 하면 자신의 음악 CD를 들고 재방문하는 아티스트도 있다. 세계적인 여행 안내책자인 '미슐랭가이드'를 제작하는 프랑스의 타이어회사 미슐랭의 대표가 한국 업체와의 미팅을 위해 라미띠에를 찾았다가 그의 연락처를 받아간 뒤 프랑스 미슐랭가이드 본사에서 그에게 연락이 오기도 했다. 특히 그의 푸아그라는 국내에서도 손꼽힌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주머니에 단돈 3000원만 갖고 상경을 감행한 '깡촌청년'이었다. 부페 주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우연찮게 잡아본 칼등이 그의 인생을 흔들었다. 영장을 받아든 후엔 군대에 가서조차 조리사자격증을 따며 관련 공부를 이어간 뒤에야 경주호텔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다. 경주호텔학교는 박정희 정권 당시 호텔업 육성을 위해 한국관광공사가 설립한 전문학교다. 지난 1999년 정부의 공기업 구조조정 시행으로 폐쇄됐지만 여전히 호텔업 다수의 종사자들이 이곳 출신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프렌치 레스토랑이기에 그 나라의 문화와 습관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프랑스 등 해외를 찾는 것은 적극 권장합니다. 하지만 그 나라의 식문화를 우리에게 이해시키려는 노력과 시도가 분명 선행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100% 예약제로 운영되지만 문턱이 높은 것은 아니다. 장 셰프가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며 직접 예약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손님과 가장 가까운 곳, 최전선에 쉐프가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인터뷰 도중 몇 번이고 울리는 전화에 그는 한결같은 모습으로 응대했다. 예약이 많은 평일 저녁과 주말이 금새 차 버리는 것에 대해선 "손님을 못 받는 것도 솔직히 아쉽지만 일반 식당에 비해 가격이 좀 더 있는 만큼 좋은 추억을 만들고자 연락했을텐데 그 기대감마저 무산되는 것일까봐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15만원대 코스 요리와 6만원대 하우스 와인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절반 가격의 점심 코스를 준비 중이다. 전라도 나주에서 공수한 한우를 기존 대비 저렴하게 제공하는 장스테이크하우스를 근처에서 추가로 운영하는 것도 가격과의 마찰은 줄이고 음식과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장스테이크하우스의 코스 요리는 6만원대다.
국내 최초 부티끄 레스토랑이지만 장 쉐프는 이제는 프렌치 레스토랑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고 싶다고 말한다. 코스가 나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