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희연 브이앤피 대표 |
국내 뷰티 산업은 날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과 외국계 라이선스 뷰티 브랜드에 치중된 시장의 흐름은 새로 뷰티 사업에 도전하려는 이들에게는 어려운 과제다.
이런 가운데 한희연(36) 브이엔피 대표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미백 기능성 제품으로 화장품 사업에 도전장을 냈다. 한희연 대표가 만들어 내놓는 미백 제품 ‘버진앤핑크’는 일본에서 오랜 시간 인기리에 팔린 미백 크림이다.
한 대표는 “버진앤핑크는 얼굴 전체는 물론이고 비키니 라인, 겨드랑이 등 신체 색소 침착 부위에도 사용하는 제품이라 기존 뷰티 브랜드의 미백 제품과는 차별됐다”고 소개했다.
이 제품은 최근 국내 판매량 10만개를 기록했다. 2011년 4월 국내에 첫 선을 보이고 나서 3년여 만에 이룬 성과다.
“버진앤핑크는 뷰티 산업이 크게 발달한 일본 시장에서 20년간 인기를 끌어온 제품이에요. 오랜 시간 실제 소비자들을 통해 시장에서 검증을 받은 셈이죠. 저 역시 2년 동안 직접 테스트를 한 끝에 이 제품이라면 괜찮겠다는 확신을 가지고 수입을 결정했어요.제품력에 자신있었어요.”
한 대표가 버진앤핑크 수입을 결정하고 이를 국내 시장에 유통시켜 판매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말 그대로 좌충우돌이었다. 사업을 이끌어 오며 경험한 일도 많았고, 좌절한 적도 많았다고.
그는 어린 시절부터 갖가지 다양한 브랜드의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이 취미였지만 사업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젊은 건축학도에서 애견 산업 종사자로 직업을 변경했고, 어느 때는 에버랜드 판매팀 점장, 또 어느 때는 전문 과외 선생님이기도 했다.
“원래는 건축학과 전공이었어요. 그런데 몸이 크게 아파서 2학년 때 자퇴를 하고 요양을 갔죠. 죽음의 문턱까지 가니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언제 죽더라도 후회 없도록 하고 싶은 걸 찾아서 해야겠구나. 그래서 평소에 배우고 싶었던 애견 미용, 훈련에 관해 배워서 관련 업계에서 실장까지 달고 몇 년 간 활동을 했어요. 에버랜드 상품팀에서 2년, LG텔레콤 VIP 콜센터에서도 1년 정도 일 했었고요. 이후에 프리랜서로 영어, 수학 전문 과외 선생님으로 활동했는데 그 과정 중에 학교를 다시 가게 됐고 그러다 버진앤핑크를 만났죠.”
한 대표는 가까운 지인을 통해 버진앤핑크를 소개받았다. 자가 테스트를 마친 이후 수입을 결정하고 사업을 진행했지만 막상 사업을 시작하니 고난의 연속이었다고 고백했다.
사업 파트너가 갑자기 잠적해 초판 물량 3만개를 혼자 떠안기도 했고, 상도를 어긴 경쟁 업체에게 밀려 울며 겨자먹기로 소셜 판매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이 과정에서 여러모로 큰 상처를 입었지만 사진을 찍으러 다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상처를 치유했다고 회상했다.
브이엔피는 올해를 새로운 원년으로 삼고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한 대표는 현재 캄보디아, 미얀마를 비롯한 동남아 시장과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 내년에는 브이엔피 법인 설립 절차를 끝마치고 스마트 뷰티 카페를 열 계획이다.
“오픈마켓도 추진하고 내수형, 수출형으로 제품을 나눠서 시장에 공급할거에요. 외화벌이를 해야죠. 그리고 스마트폰 NFC로 제품 정보를 볼 수 있는 장치도 만들 계획이에요. 나중에는 전동 클렌져나 미스트 기계 같은 제품도 만들려고요.”
“어떤 사람들은 저보고 4차원이라 그래요. 제가 지나온 길이 워낙 굴곡이 심하다 보니 신기한가 봐요. 어떤 이들은 제게 일관성이 없다고 하기도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20대 당시에는 스스로도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지금에 와서 도움이 되고 있거든요. 뭐든 많이 경험하고 쌓은 것들이 지금에 와서 보니 사업에 도움되는 것 같아요.”
한 길만 파도 힘들다는 생각이 팽배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한 대표의 생각은 또 다른 의미의 ‘4차원’이다.
그녀는 브이엔피를 통해 다양한 비전을 그리고 있다.
“일단 버진앤핑크 제품을 더욱 널리 알리는 것이 1차적인 목표에요. 소비자들에게 실속 있는 브랜드라고도 평가받고 싶어요. 그 이후에는 여력이 닿는 데까지 아이들을 위한 장학재단을 만들고 싶어요. 애견 사업도 겸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브이엔피 이름을 걸고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또 열심히 하려 노력해야겠죠. 지금까지 처럼요.”
[매경닷컴 김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