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독 식품업계에서는 신성장동력을 찾는 일에 분주한 가운데 주력 판매 상품과는 전혀 색다른 식품 사업에 뛰어든 곳이 있어 주목을 받는다.
1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동서식품 모회사인 동서는 지난 4월 육가공 제품 수입·판매 사업을 처음 시작했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베이컨 제품의 관세율이 0%인 것에 착안, 이를 새 사업 아이템으로 낙점했다. 신사업 진출을 위해 동서가 손잡은 곳은 세계최대 식품그룹 크래프트 계열사인 오스카마이어로 미국 육가공 시장 점유율 1위 회사다.
동서 관계자는 "현재 이마트 트레이더스를 비롯해 롯데마트, 신세계백화점 등에서 오스카마이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며 "추석 이후 홈플러스에도 납품하기로 하는 등 단계적으로 판매처를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동서에 따르면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는 오스카마이어 제품을 판매한 이후 베이컨 시장 규모가 2배로 커졌다. 경쟁사 제품 대비 최대 10% 가량 가격이 낮아 제품이 잘 팔림으로써 시장의 파이 자체를 키운 것이다.
냉동 수입 제품으로 유통기한이 짧다는 한계가 존재하지만 국내 제품보다 저렴한 가격과 우수한 품질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전략이다.
신동옥 동서 마케팅팀장은 "베이컨 뿐 아니라 햄 제품 관세율이 올해 0%가 돼 가격과 제품 경쟁력을 모두 갖출 수 있게 됐다"며 "향후 국내 육가공 제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큰 햄, 소세지 등의 수입판매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음료와 아이스크림 제조업체인 빙그레의 경우 냉동볶음밥 시장에 처음 진출해 사업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지난 2월부터 국내 최대 태국 레스토랑인 아한타이와 손잡고 개발한 태국식냉동볶음밥은 현재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브랜드 명은'카오팟'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신사업 아이템을 모색하던 중 최근 1인 가구가 늘며 가정간편식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보게 됐다"며 "강한 향신료 대신 국내산 쌀을 사용하는 등 맛의 현지화를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앞서 빙그레는 지난 2012년 '따옴'이란 브랜드로 냉장쥬스 신사업에 처음 발을 내밀었다. 지난해 냉장쥬스로만 80억원 매출을 달성한 빙그레는 올해 15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냉장쥬스 시장에서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빙그레 관계자는 "냉장쥬스와 달리 냉동볶음밥의 경우 판로를 확보하기가 어려워 실적이 미비하다"며 "하지만 가정간편식 시장에 대한 사업 아이템은 꾸준히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중이다"고 전했다.
맥주 제조를 직접 하겠다는 신세계푸드는 신세계SVN(옛 조선호텔베이커리)와 합병을 결정함으로써 제빵 사업 진출도 공식화했다.
신세계푸드는 오는 12월 1일 신세계SVN과 합병을 할 예정이다. 위탁급식사업과 식자재유통, 식품제조가공, 외식 등을 주력 사업으로 해온 신세계푸드는 제빵 부문의 제조기술과 브랜드를 보유함으로써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식품업계에서는 최근 내수부진과 해외사업 악화 등으로 새 먹거리 찾는 일이 시급한 게 사실이다"며 "하지만 자칫 잘 알지 못하는 신사업에 뛰어들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재무적 위험 부담 등은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경닷컴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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