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호 국민은행장 "거취포함 모든 것 이사회에 맡기겠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1일 KB금융 내분 사태에 대한 자신의 거취에 대해 이사회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행장은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주 전산기 교체 과정과 관련해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거취를 포함해 모든 것을 이사회에 맡기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행장은 "모든 것이 규명된 만큼 앞으로 이사들과 만나 주 전산기 교체 문제 등을 논의하겠다"며 "이사회에 저의 거취를 포함한 모든 것을 맡기겠으며, 만약 이사회에서 반대한다면 사퇴 의사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행장은 "이미 사외이사 한 분을 만나 이러한 의사를 전달했으며, 앞으로 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방법을 찾아보자는 얘기 또한 전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은행 주전산기 교체 과정에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개입한 것을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거론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임 회장의 개입)이 변호사들이 제시한 고발장에 포함됐지만, 고발 과정에서 삭제하는 것이 좋겠다고 얘기했다"며 "(임 회장 개입을) 제재심의위에서 소명한 것은 맞다"고 말했습니다.
　
임 회장이 은행 주 전산기 교체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여겨 담당 임원 등을 검찰에 고발할 때 애초 이런 내용을 포함했으며, 앞서 열린 제재심의위에서도 임 회장의 개입을 지적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발언은 주 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임 회장과의 갈등, KB금융의 인사 개입 등을 우회적으로 인정하는 뜻으로 비칠 수 있어 파문이 예상됩니다.
　
주 전산기 교체 논란의 시발점이 된 IBM 측의 문제제기와 관련해 이 행장은 "올해 1월 IBM 측과 만난 적 있지만 잠깐 얘기했을 뿐"이라며 "IBM에서 받은 메일은 즉시 관련 임원들에게 전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주 전산기 교체 관련 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로 임 회장 측 인사를 포함한 내부 인사들을 고발한 것과 관련해 "범죄자 고발은 (임 회장과의) 갈등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다"며 "이는 조직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한 일"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된 심각한 조작과 은폐를 발견했는데 이를 어떻게 숨길 수 있느냐"며 "이는 조직의 수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고 말했습니다.
　
KB금융지주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상적으로 투명하게 협의의 과정을 거치면 개입이라는 얘기가 나올 수 없다"며 "이미 감독당국에서 모든 협의는 서면으로 하라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놓았으므로 이를 따른다면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행장은 "템플스테이 일정이 소통과 화합에 맞지 않았던 부분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돌아온 것은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서였을 뿐"이라며 "잠자리 문제로 돌아온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는 "임 회장과 화해 못할 이유가 없고, 앞으로 화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진실을 밝히기 위한 싸움이었던 만큼 이걸 집안 싸움이라고 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이 행장이 본인의 거취를 이사회에 맡기기로 한 것에 대해 사실상 자진사퇴를 거부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분간 KB 내분 사태가 쉽게 해소될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본다"며 "내분이 더욱 격화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논평했습니다.
　
또다른 관계자는 "KB금융지주 임영록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제재심의 경징계 결정을 수용할지 고심중인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선택을 두 사람이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 원장은 제재심 결정의 법적 타당성 등을 따져보고 KB 내분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며 두 사람의 양형을 한단계 올려 퇴진을 유도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