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가계부채 증가, 자본유출 가능성 등 한국 경제의 취약점이 악화하지 않도록 금융안정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22일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금융전략포럼에서 "해외 여건의 변화에 따른 부정적 파급 효과(spillover effect)에 대응하려면 기초 경제여건을 개선해 우리 경제의 내성과 복원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한국 경제가 해결해야 할 단기 과제로 '대외 리스크에 대한 대비'를 꼽으며 "경기회복세를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거시정책을 운용하고 우리 경제의 취약 요인이 악화하지 않도록 금융안정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총량 자체를 줄이기는 어렵다"며 "경제 성장이 뒷받침되는 상황에서 부채 증가율을 소득 증가율 이내로 줄이는 방식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대외 리스크에 대한 대비를 강조한 것은 세계경제의 저성장이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의 재정 건전화, 금융기관 부실에 따른 디레버리징 등으로 수요가 위축되면서 세계경제 성장률이 한 단계 하락했다"고 진단했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0∼2007년 연평균 세계경제 성장률은 4.5%였지만 위기 이후 2011∼2014년은 3.5%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수요 부진, 원자재 가격 안정으로 낮은 물가가 지속되면서 저성장·저물가 우려 또한 확산되고 있다.
이 총재는 "세계 경기가 점차 개선되겠지만 그 회복 속도는 매우 완만할 것"이라며 "지정학적 위험, 유럽의 성장세 둔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등이 경기 회복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해선 "양적완화 종료를 앞두고 이미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조기 금리 인상 기대가 확산하면 자본 흐름에 큰 변화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성장 동력의 조기 회복이 늦어지면 저금리와 확장적 거시정책을 쓰는데도 저성장 기조(secular stagnation)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고 했다.
유럽경제와 중국경제에 대한 진단도 내놨다.
유럽경제에 대해서는 "높은 실업률이 장기화하고 금융기관의 자산·부채조정과구조개혁이 지연돼 구조적인 저성장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중국경제에 대해서는 "부동산 시장 부진, 구조개혁 가속화로 경제 성장률이 점차 낮아질 것"이라며 고성장에서 중성장 경제로의 변모를 예상했다.
이 총재는 "향후 한국 경제의 성장 경로를 보면, 대외여건이 나빠질 가능성 등 하방 위험이 우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3.5%이지만 잠재성장률보다는 낮다"며 "가계부채 등 구조적 문제가 있지만, 성장 모멘텀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해 기준금리를 인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안정적인 외환보유고 운용과 관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국정감사 때 한은의 외자운용수익률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이를 한국투자공사(KIC) 수익률과 비교해선 안 된다"며 "외환보유고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에 가장 안전하게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KIC가 운용하는 외화 자산은 수익률이 높지만 금융위기 때는 큰 손실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그 정도의 위험은 감수할 수 있다고 보고 떼어준 자
이밖에 포럼에 참석한 금융인들을 향해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또 다른 위기가 온다면 그 루트(경로)가 종전과는 다를 것"이라며 "전 세계적인 금융완화 기조로 확대된 유동성 뒤에 숨어 있는 위험 요인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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