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와 국내 16개 은행들이 제휴해 충전식 선불형 전자지갑 '뱅크월렛카카오'서비스를 11일부터 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당초 기대와는 달리 은행권은 "금융소비자에게 유인책이 약하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선 이 서비스가 인기를 모으더라도 당장 은행에는 돈벌이가 되지 않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제휴 은행들은 당분간 송금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몇개 은행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국민·농협은행 등은 내년 3월까지 수수료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이후 건당 100원의 수수료를 부과키로 내부방침을 세운 것으로 조사됐다.
수수료 금액과 도입 시기는 은행별로 각기 다를 수 있지만 다른 은행들도 대동소이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권에서는 내년 4월부터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를 유료화 하더라도 현재 분위기로는 거래 수수료를 카카오쪽에서 대부분 취할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은행권과 IT업계에 따르면 KB국민·우리·신한·하나·농협은행 등 16개 시중은행은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를 시작했다.
뱅크월렛카카오는 기존 금융결제원이 선보였던'뱅크월렛'에서 최대 50만원까지 충전해 놓고 카카오톡 친구까리 하루 최대 10만원까지 송금이 가능한 서비스를 추가한 서비스다.
따라서 카카오톡 친구끼리 각종 회비나 경조사비 모금, 음식값 나눠내기 등의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이 서비스의 장점은 우선 돈 받을 사람의 계좌번호를 몰라도 되고, 보안카드나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다는 것.
아울러 상대방에게 돈의 송금 사실을 알리거나 돈을 받았는지 따로 확인하기 위해 다시 연락하는 불편함도 덜었다.
또 모바일 현금카드를 이용해 자동화기기에서 현금을 출금할 수도 있다. 오프라인 가맹점 결제와 출금은 근거리무선통신(NFC) 리더기가 설치된 매장이나 자동화기기에서 가능하다.
다만 간편결제와 달리 NFC 사용중 핸드폰 유심 분실 시 충전된 금액도 모두 잃어버리는 문제점은 향후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특히, 분실폰의 NFC 기능이 켜져 있다면 뱅크월렛 카카오 앱을 구동하지 않아도 습득한 제 3자는 유심에 충전된 금액을 사용할 수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함께 NFC형 뱅크머니의 해지와 재발급이 상당히 어렵다. 휴대폰을 분실했더라도 유심에 뱅크머니 잔액이 있으면 서비스의 해지 및 재발급이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 금융결제원측은 뱅크머니 해지 시 이용자의 충전금이 손실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뱅크월렛에 대한 전반적인 은행권 반응은 싸늘하다.
A은행 관계자는 "이론적으로는 3700만명의 카카오톡 가입자를 대상으로 시장 확대전략을 꾀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이 있다"며 "우선 결제를 할 수 있는 가맹점 수가 적어 용돈이나 친구들간 경조사비를 주고 받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11월 현재 뱅크월렛카카오의 오프라인 제휴 가맹점은 CU, 세븐일레븐,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한샘몰 등이며 온라인 가맹점도 카카오선물하기, 카카오픽, 알라딘, 한샘몰 등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B은행 관계자도 "최대 충전금액도 50만원으로 제한돼 있어 이를 사용하는 고객은 수시로 충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며 "현 시스템으로는 고객의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정도의 반짝 인기에 그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냉랭한 반응은 일선 영업현장에서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서울 광화문 근처 주요 2개 은행을 기자가 직접 방문했는데 2곳의 행원들은 관련 서비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가 본사에서 내려온 안내공문을 본 뒤에야 알려주곤 했다.
또 점포 어디에도 관련 서비스를 소개하는 팸플릿 한장 놓여 있지 않았다.
K은행 A모 행원은 "사실 뱅크월렛 서비스와 관련한 안내교육을 따로 받은 적이 없다"며 "혹시 고객이 관련 서비스 개통에 대해 문의해 오면 문의사항에 대해 그때 그때 본사에 연락을 취해 알아본 뒤 응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B모 행원은 "(뱅크월렛 관련) 고객 문의내용을 몰라 본사에 문의 했는데 본사에서도 문의'폭주'로 안내를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때는 저만 말똥말똥 쳐다보고 있는 고객에게 죄송스럽기도 하고… 솔직히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뱅크월렛카카오의 활성화는 막대한 투자비용을 들여 전자지갑 등 각종 앱을 출시한 은행의 서비스 영역과도 맞물려 있어 마케팅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실례로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자사 스마트월렛 서비스가 이미 있다는 이유로 참여치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대세를 따라 다른 은행과 함께 뱅크월렛카카오에 동참했다.
N은행 관계자는 "카카오톡 뿐 아니라 최근 구글월릿, 애플페이 등의 서비스가 본격화 하고 있다"면서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인기를 끌면 은행의 역할과 수익구조가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안문제도 시장 활성화에 발목을 잡고 있다.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송금을 할 수 있어 편리한 면도 있으나 피싱이나 스미싱 같은 범죄에 악용될 우려도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카카오톡은 최근 정부의 사이버 검찰논란에 휩싸였던 만큼 보안에 대한 사용자의 우려를 잠재우지 못할 경우 서비스 안착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또 금융사기피해가 일어날 경우 은행과 다음카카오, 금융결제원 가운데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가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등 금융시장 높은 문 턱이 기술공습에 무너져 내리는 양상"이라며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 더 빨라져 오프라인 중심으로 이뤄졌던 전통적 틀을 깨지 못하면 속수무책으로 시장을 내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매경닷컴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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