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운전자도 아닌데 밤만 되면 유난히 약해지는 운전자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운전 야맹증’에 걸려서다. 이들에게 밤이 긴 겨울은 공포 그 자체다. 밤에는 어두우면 어두운 대로, 밝으면 밝은 대로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가로등이 적은 도로나 골목길에서는 어둠에 묻혀 사람이나 물체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검정색 등 어두운 색을 입은 보행자는 두려움의 대상이 될 정도다. 도심에서는 화려한 네온사인, 차량 전조등 때문에 눈이 부셔 사물을 제때 파악하기 어렵다. 짙게 선팅했거나 눈·비가 내린다면 설상가상이다.
자동차메이커들은 이에 낮은 물론 밤에도 힘 좀 쓰게 만들어주는 안전·편의사양을 경쟁적으로 개발·도입하고 있다. 낮에도 강하고 밤에도 강한 ‘낮이밤이’ 시스템으로 사고를 줄여주는 동시에 소비자 구매욕구도 자극하기 위해서다.
◆인공지능 헤드램프
밤눈을 밝게 해주는 기본 장치는 전조등이다. 요즘 나오는 전조등은 ‘두뇌’를 달았다. 스티어링휠 회전각도와 주행속도를 계산한 뒤 차 주행 방향에 따라 빛의 방향을 조절한다.
어댑티브 헤드램프가 대표적이다. 스티어링휠의 회전 각도와 주행 속도를 계산한 뒤 주행 방향에 따라 빛의 방향을 자동 조절해 시야를 확보해준다.
볼보 S60 및 V60은 액티브 하이빔 컨트롤Ⅱ를 적용했다. 룸미러 앞에 탑재된 카메라가 맞은편에서 접근하는 차나 앞차의 위치를 감지한 뒤 하이빔의 차단 범위를 계산해 운전자 시야를 넓혀주면서도 맞은편 운전자에게는 눈부심을 주지 않는 상향등을 작동시킨다.
포르쉐의 바이제논 헤드라이트는 야간 고속도로에서 시속 130㎞ 이상 달릴 때 전조등 도달 거리를 50m 더 길게 조절해주고 맞은편에서 오는 차가 없을 때는 넓은 폭으로 전조등을 켜준다. 혼다는 투명한 유리처럼 램프 안쪽을 볼 수 있는 클리어 렌즈를 사용해 가시거리를 확보해주고 눈부심 현상을 줄여주는 조사각도 자동 조절 HID 헤드램프를 채택했다.
◆적외선 감시
적외선은 어둠에 묻힌 물체를 확인할 수 있어 군용이나 산업용으로 인기다. 요즘에는 야간 안전 운전을 위해 프리미엄 차에도 잇따라 채택하고 있는 추세다. 적외선 시스템은 어두운 시골길 등지에서 보행자나 장애물을 피하는 데 효과적이다.
BMW 5·7시리즈에 장착된 ’나이트비전’은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전방 300m 범위에서 열을 발산하는 사람과 동물 등을 눈에 잘 띄는 밝은 색으로 중앙 컨트롤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여준다.
시속 80㎞ 이내에서는 카메라 수평 각도를 36도까지 조정해 도로뿐 아니라 주변에 있는 사물도 파악할 수 있다. 충돌 위험이 임박하면 경고음도 낸다. 아우디 A8에 달린 ‘나이트비전 어시스트’도 최대 300m 앞까지 모니터링하면서 사람과 동물을 이미지로 제공한다. 사고 위험이 높아지면 경보음도 울린다.
벤츠의 나이트 뷰 어시스트도 적외선 메인빔 헤드램프를 통해 주변 물체를 식별한다. 벤츠 ‘나이트 뷰 어시스트 플러스’는 룸미러 뒤편에 있는 적외선 카메라로 사물을 감지한 뒤 계기판을 통해 경고한다.
◆ 차선이탈 감시
밤에는 차선이 잘 보이지 않는다. 눈비가 내린다면 차선을 파악하기 더욱 어렵다. 차선이탈 감시 시스템은 현재 주행 중인 차선을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감지됐을 때 스티어링 휠에 진동을 주거나 안전벨트를 당겨 운전자에게 경고한다.
현대 제네시스, 기아 K9 등에 장착된 차선이탈 경보장치는 룸미러 뒤쪽에 달린 적외선 센서가 양쪽 차선을 감지한 뒤 방향지시등 작동 없이 차선이 바뀌면 클러스터 경고메시지, 경고음, 시트 진동 등을 통해 운전자에게 경고를 보낸다.
인피니티가 개발한 차선이탈 방지 시스템은 시속 70㎞ 이상 속도로 차가 달릴 때 방향지시등 조작 없이 주행 차선이 변경되면 경고음을 낸다. 경고 이후에도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지 않으면 차체자세제어장치와 연계해 각 바퀴의 브레이크 압력을 조절한 뒤 진행 차선으로 차가 되돌아오게 지원한다.
◆ 피로 감지
운전자가 피로한 상태에서 운전하지 못하도록 경고해 사고를 예방하는 시스템도 있다. 도요타의 운전자 감시장치는 카메라와 적외선 센서가 운전자 얼굴과 눈꺼풀을 감시하다 고개가 숙여지거나 눈꺼풀이 감기면 경고등을 켜고 경보음도 낸다.
폭스바겐이 개발한 피로 감지 시스템은 운전자의 조향각, 페달 사용 등 운전 패턴을 분석한 뒤 주행 시작 15분 뒤부터 다른 패턴이 나타나면 운전자의 집중력이 저하됐다고 보고 경고음과 메시지로 휴식을 권고한다.
아우디의 휴식 권장 시스템은 가속 및 브레이크 페달의 움직임, 컨트롤 레버 활용 빈도 등을 모니터링한 뒤 평소와 다른 움직임을 보이면 운전자에게 휴식을 권장한다.
BMW 7시리즈에도 운전자의 행동을 모니터링하는 액티브 프로텍션 기능이 있다. 조향 각도, 속도 등을 감지하는 전자장치를 통해 운전자 행동을 분석한 뒤 운전자의 피로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면 휴식을 권하는 커피잔 모양의 아이콘 신호를 보낸다.
◆사각지대 경고
운전자라면 누구나 도로에서 사이드미러나 룸미러로 볼 수 없는 사각지대에 있다 갑자기 나타난 이륜차나 보행자 때문에 간담이 서늘해진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사각지대 사고 예방 시스템은 낮은 물론 밤에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하는 똘똘이다. 볼보는 사각지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블리스를 개발했다.
사이드미러 양쪽 밑부분에 달린 소형 카메라가 사각지대에 나타난 물체를 감지한 뒤 경고등을 작동시킨다. 사각지대에서 달리는 이륜차나 자전거 등과 부딪힐 위험을 줄여준다. 차선을 바꿀 때도 쓸모 있는 시스템이다.
르노삼성 SM7에도 사각지대 정보시스템(BSW)이 장착됐다. 시속 35㎞ 이상으로 차가 달릴 때 앞뒤 범퍼 사이드에 장착된 감지 센서가 좌우 사각지대를 감시하다 물체가 다가오면 LED 경고등으로 운전자에게 주의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전천후 감시
차의 전후좌우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차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과 같은 영상을 제공해 사고를 막아주고 주차도 도와주는 전천후 감시 시스템도 빼놓을 수 없다.
인피니티가 채택한 어라운드 뷰 모니터는 모니터 화면 왼쪽에 진행 방향 영상이 나타난다. 오른쪽에는 4대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을 조합해 전후좌우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장면이 나온다.
폭스바겐 탑뷰 기능은 앞 범퍼 밑에 보이지 않는 장애물이나 뒤 범퍼 쪽 눈높이 아래 있는 장애물까지도 보여준다. BMW 서라운드 뷰도 백업 카메라, 센서, 사이드미러 카메라 등을 통해 운전자가 제한된 공간에서도 정확하게 차를 움직일 수 있게 지원한다.
캐딜락은 후방 시야를 넓혀주는 드라이버 어시스트 기술을 개발했다. 캐딜락이 업계 최초로 개발해 특허를 갖고 있는 햅틱 시트는 후측면 접근 차량 등 충돌 요소를 감지한 뒤 그 위치에 따라 시트 오른쪽 또는 왼쪽에 진동을 줘 운전자에게 경고를 보낸다.
르노삼성 전후방 경보장치는 차량과 장애물 사이 거리를 측정해 사고를 막아준다. 장애물 위치를 전방과 후방 범퍼 왼쪽·중앙·오른쪽으로 구분한 그래픽도 계기판에 표시된다.
◆웰컴 라이팅
운전자가 안심하고 운전하거나 주차할 수 있게 해주고, 어두운 주차장에서도 쉽게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도와주는 조명 시스템도 있다.
현대 아반떼 등에 장착된 웰컴 기능과 자동 슬라이딩 사이드미러는 한밤중이나 어두운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찾기 편하도록 도와준다.
운전자가 스마트키를 소지한 채 차량 1m 근처로 다가가기만 하면 차는 주인이 온 것을 마치 반기기라도 하듯이 사이드미러 하단에 있는 퍼들 램프와 운전석 손잡이 부분에 불이 들어오고 접혀 있던 사이드미러
인피니티 웰컴 라이팅도 어두운 지하 주차장에서 운전석과 조수석 주변을 자동으로 밝혀줘 차도 찾고 주변도 살펴볼 수 있게 해준다.
쌍용 렉스턴W의 경우 도어 바로 아래에 위치한 도어 스커프에 램프를 내장해 밤에 차에 쉽게 타고 내릴 수 있게 해준다. ‘덤’으로 외관을 고급스럽게 만들어준다.
[매경닷컴 최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