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래그시멘트 원료업체 포스화인 매각 작업이 막판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당초 예상보다 매각 일정이 지연되면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그룹 재무구조 개선 계획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17일 기업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당초 이달 중순경 완료될 예정이었던 포스화인 매각 작업은 매각자인 포스코와 인수 우선협상자인 국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의 협상이 지지부진해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M&A업계 관계자는 "막판에 양측이 가격 등 인수조건에 이견을 보이면서 협상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연내 본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양측이 눈높이를 맞추지 않으면 매각이 장기화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포스화인은 지난 2009년 포스코가 제철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인 슬래그를 처리하기 위해 설립한 자회사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슬래그를 조달해 슬래그파우더를 제조, 인근 시멘트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89억원, 영업이익은 3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0월 본입찰 당시 한앤컴퍼니는 지분 100% 인수가로 인수후보군 중 가장 높은 300억~400억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앤컴퍼니는 포스화인을 인수함으로써 기존 인수한 대한시멘트 등과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실사를 마치고 협상 종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양측이 가격을 포함한 인수 조건에 이견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포스코는 지난 6월 재무적 부담을 이유로 동부 패키지(동부인천스틸과 동부발전당진) 인수를 포기한 데 이어, 이달 4일에는 세아그룹에 포스코특수강 지분 72%를 1조841억원에 매각했다. 현재는 광양 LNG 터미널 일부 지분·포스화인·포스코-우루과이 등 3개 자회사의 동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계열사 매각작업의 경우 임직원들이 구조조정 등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포스화인의 경우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매각돼 향후 구조조정 우려 등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매각 작업이 장기화 될수록 권 회장과 포스코 입장에선 난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국내 선두 철강기업인 포스코는 철강업종 불황의 여파로 전례없는 위기에 빠진 상태다. 포스코는 지난 6월 국내에서 신용평가를 받기 시작한 1994년 이후 20년만에 처음으로 신용등급 하락의 굴욕을 맛봤다. 국내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AA+'로 강등 조치했다. 한기평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150% 수준이었던 포스코의 단기 차입금 비율은 최근 179%까지 올라갔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금이 급해서가 아니라 기업 체질개선 차원에서 계열사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만큼 매각 시기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며 "계약을 빨리 마무리하는 것보다 제값을 받고 파는 것
이 관계자는 이어 "오는 2016년까지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의 3배 수준으로 차입금을 끌어내리는 것이 그룹의 중기 목표”라며 "연말이나 늦어도 연초에는 포스화인 매각이 차질없이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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