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도시바와 합의로 소송을 끝냈다는 소식에 증권가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지만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22일 SK하이닉스는 전거래일 대비 250원(0.52%) 내린 4만82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전 3거래일 동안 상승세를 이어가던 SK하이닉스는 소송취하 합의 사실이 알려진 후 첫 거래일인 이날 소폭 하락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가 합의금 부담으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K하이닉스가 소송취하 대가로 도시바측에 지급한 합의금은 2억7800만달러(약 3000억원)다. 합의금은 이번 4분기에 일회성 손실로 실적에 반영될 전망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합의금이 4분기 실적에 반영되면서 실제 실적은 애널리스트들이 기존에 추정했던 실적보다 줄어드는 것이 불가피해졌다"라며 "차츰 안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악재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증권가에서는 이번 합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주로 나오고 있다.
홍성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최악의 경우 1조100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이 예상됐지만 3000억원으로 합의한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작은 금액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은 다행이라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와 도시바는 소송 취하 합의뿐만 아니라 차세대 메모리 공정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하는 등 협력 관계를 확대하고 나섰다. 이들이 소송에서 빠르게 합의에 이른 것은 앞서 진행 중이던 기술 공동 개발에 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이엠투자증권에 따르면 도시바 역시 중저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MCP 제조를 위해 모바일 D램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 SK하이닉스와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향후 도시바가 SK하이닉스로부터 더 유리한 조건으로 D램을 구매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도시바와의 소송이 원만하게 해결됨에 따라 이번 합의가 같은 내용으로 미국의 샌디스크가 미국에서 SK하이닉스에 제기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샌디스크는 도시바가 소송을 제기한 다음날 SK하이닉스로 이직한 직원이 기술을 유출했다는 똑같은 내용으로 현지에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향후 실적 전망은 긍정적이다. 이번 4분기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이 예상되는 가운데 D램 가격이 비수기 들어서는 내년 1분기에도 전년 대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가격은 4분기 이후에도 타이트한 수급으로 완만한 하락에 그칠 것”이라며 "낸드(NAND) 플래시 메모리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배당 및 자사주와 같은 주주이익 환원정책을 내년부터 강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매경닷컴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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