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엔 존경받는 영웅이 별로 없는데요.
MBN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찾기 위해 우리 주변에서 묵묵히 일하며 희망을 일구는 소영웅들을 신년기획으로 취재했습니다.
첫 번째 영웅은 청소부 1만 7,000여 명과 함께 청소기업 왕국을 만들고 있는 '청소왕' 구자관 씨의 이야기입니다.
김한준 기자가 만나 봤습니다.
【 기자 】
하루 수십만 명이 찾는 서울의 한 유명 쇼핑몰입니다.
박영숙 씨는 청소 대행기업 삼구 소속으로 이 쇼핑몰의 청소를 맡고 있습니다.
쉴 새 없이 닦고 또 닦고, 쓰레기를 치우다 보면 버거울 만도 하건만 이 직업에 긍지를 갖고 있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을 회사가 인정해주고 제대로 된 대접을 해주고 있다는 자부심 덕분입니다.
▶ 인터뷰 : 박영숙 / 쇼핑몰 청소 담당
- "(청소하는 데 안 힘드세요?) 조금은 힘들어도 재밌습니다. 아무래도 정규직으로 일하기 때문에…. (정규직이면 명함 같은 것도 갖고 있으세요?) 있습니다. (보여주실 수 있으세요?) 네."
이곳에서 일하는 모든 청소부는 박 씨와 같은 어엿한 정규직 사원입니다.
청소 대행기업 대부분이 계약직 사원을 고용하는 상황에서, 모든 직원의 정규직 채용을 고집하며 심지어 명함까지 주는 삼구의 대표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
한 노신사가 화장실에서 손을 닦더니 종이 수건을 다시 주머니에 넣습니다.
"(안 버리시고 주머니에 넣으세요?) 쓸 수가 있잖아요. 버리면 아깝잖아요. (항상 그러세요?) 항상 그렇습니다. 누구한테 이런 얘기 잘 안 하고 다니는데…."
검소함이 몸에 밴 이 노신사가 바로 삼구의 구자관 대표입니다.
47년 전 자신과 아내 두 사람으로 시작한 청소 사업을 직원 수 1만 7,000여 명, 매출 5,000억 원으로 키워낸 '청소왕'입니다.
하지만 수익 대부분은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자신은 정해진 월급만 받는 어찌 보면 바보 같은 사장입니다.
▶ 인터뷰 : 구자관 / 삼구아이앤씨 대표
- "그냥 월급만 받아서 쓰고요. (가끔 자산 관리하라고 연락이 오는데) 지금 내가 가진 돈이 몇십 억 원 정도 될 거로 생각하고 있는 거죠. 미안하지만 집 한 채 있고 통장에 얼마 있느냐면 1천몇 백만 원…."
구 대표는 청소하는 분들을 아줌마라고 부르지 말아 달라고 당부합니다.
▶ 인터뷰 : 구자관 / 삼구아이앤씨 대표
- "하루만 (건물) 화장실 청소를 아무도 안 해봐요. 화장실 갈 거 같아요? 안 가요. 집에 가지. 근데 그 일을 하시는 분이 누구세요? 우리가 말하는 아줌마인데 (그분들은) 제가 입으로 감히 올릴 수 없는 거룩한 어머니라는 분이세요."
직원들을 누구보다 소중히 여기고, 하는 일에 관계없이 모든 직업은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
새해에는 이런 사람, 이런 기업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MBN뉴스 김한준입니다.
[beremoth@hanmail.net]
영상취재 : 김준모 기자, 영상편집 : 박기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