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은 각종 제품을 싸게 살 수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미국 소비자들을 잡기 위한 파격 세일 뒷면에는 우리 중소기업들의 고통이 있었습니다.
박통일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기자 】
LG전자에 세탁기 부품을 납품하는 이 업체는 지난해 7월, 1차 협력사들로부터 납품가를 낮춰달라는 공문을 받았습니다.
미국 쇼핑 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을 앞두고 3개월간 납품가를 최고 4% 인하하라는 겁니다.
아예 목표 총액을 제시해 해당 금액만큼 납품가를 내려달라는 업체도 있습니다.
모두 연초에 납품가 인하를 요구해 가격 협의를 본 업체에서 내려온 공문입니다.
▶ 인터뷰 : LG전자 2차 협력업체 대표
- "(단가 인하가) 매년 이뤄지니까. 인건비가 오르고 전기세도 오르는데 단가는 자꾸 떨어지니까 역으로 가는 거죠. 안 해주면 거래를 끊으면 끝이니까."
공문을 보낸 1차 협력사들도 할 말은 많습니다.
해마다 LG전자가 요구하는 '블랙프라이데이 납품가 인하'를 맞추려면 어쩔 수 없다는 겁니다.
▶ 인터뷰 : LG전자 1차 협력업체 관계자
- "다른 납품업체에 모두 똑같이 합니다. 그렇게 안 하면 금액을 커버할 수 있는 방법이 없거든요. (위에서) 추가로 깎아달라고 하면 안 해줄 방법이 없기 때문에."
결국, 협력업체의 희생을 담보로 미국 소비자에게만 혜택을 주는 셈입니다.
블랙프라이데이 세일로 매출이 늘어나도, 납품가를 낮춰가면서 협조해준 협력사들에 보상이 돌아가는 경우는 찾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미국 시장의 경쟁력 확보를 내세워 납품가 인하를 요구하는 것은 전형적인 불공정 거래행위의 사례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 인터뷰 : 이강훈 /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변호사
- "(완제품의) 할인된 부분을 자꾸 업체들한테 전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이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조달될 수 있는 가격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격일 때 상당한 고통을 전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LG전자는 원재료 변동 등 단가 변경 요인이 발생했을 때만 협력 업체와의 협의를 거쳐 납품가 인하를 결정한다고 해명했습니다.
LG전자가 미국 세탁기 시장에서 수년째 최고 자리를 지키는 동안 협력사들은 무리한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박통일입니다.
영상취재 : 김회종 라웅비 기자
영상편집 : 박기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