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이 만드신 상품이니까 당연히 좋아보이죠. 누가 고기를 구워먹으려고 그런 걸 살까요”
지난 2009년, 고기판 위에 적외선 램프가 달려있는 제품을 들고 홈쇼핑 업체들을 찾은 한 남자는 그렇게 문전박대를 당했다.'냄새가 적고 기름이 잘 튀지 않는 그릴'이라는 강점을 내세워 그해 10월 롯데홈쇼핑에 겨우 론칭을 했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당시 TV에선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이 한창이었다. 시청자들은 홈쇼핑 채널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낮은 시청률, 400개 판매라는 저조한 실적으로 마무리했다.
5년후 이 제품은 한해 6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홈쇼핑의 '효자상품'이 됐다. 적외선 그릴 '자이글'얘기다. 아래서 열을 가해 음식을 익히는 다른 제품과 달리 자이글은 상부의 원적외선 방출기가 열을 쏴주면 불판이 그 열을 받아 고기,생선 등을 조리한다. 불을 피우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냄새와 연기가 거의 나지 않는다. 자이글은 불황으로 외식을 자제하는 최근의 사회 분위기를 타고 급물살을 탔다. 냄새 때문에 가정에서 요리하기 꺼리는 삼겹살구이, 생선구이를 집 안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도중에 고충이 많았다. 이진희 자이글 대표는 "2009년 첫 홈쇼핑 론칭서 실패한 후 반품된 수천대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직원들과 함께 전시회라는 전시회는 모두 돌아다니며 제품을 팔았다”고 회상했다. 1년이 지난 후 2010년 8월 NS홈쇼핑에서 다시 방송 기회를 얻게 됐을 때 이 대표는 방송에 출연해 직접 제품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기존에 없던 제품이므로 제품의 장·단점을 가장 잘 이해하고 전달할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에 직접 출연을 하게 됐다”고 했다. 그의 진심은 점차 관심으로 바뀌었다. 방송을 보고 일본에서 수출 제의가 들어와 일본 판매도 시작했다. 자이글이라는 제품에 비판적이던 홈쇼핑 MD들의 마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MD는 "이미 원적외선을 이용해 음식을 익히는 방식의 광파오븐이 비슷한 가격대로 나와 있던 상황에서 20만원대인데다 주방 공간도 상당히 차지하는 이 제품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며 "지금 돌아보면 당시 상품의 가치를 제대로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털어놨다.
홈쇼핑에서 자이글은 예전과는 다른 대우를 받고 있다. 한 번이라도 방송할 기회를 얻기 위해 방송사 문을 두드리던 5년 전과 달리 이제는 방송사와 함께 방송시간대를 협의하기도 한다. GS샵에서는 지난해 4월부터 다시 방송을 시작해 100억원 이상의 판매액을 기록했다. 올해는 한달 여 만에 40억원의 판매액을 기록해 GS샵에서만 400억원
[이새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