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때 받는 스트레스로 정신적 또는 육체적 증상을 겪는'명절증후군'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화기 전문 비에비스 나무병원에서 20~60대 성인남녀 41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설 때 명절증후군을 겪은 적이 있다'는 사람이 62%로 나타났다. 명절증후군 증상으로는 소화불량, 복통, 설사, 변비 등의 소화기 증상이 32%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근육통 및 관절통(25%), 우울, 짜증, 무기력 등 심리적 증상(23%), 두통(13%), 기타 증상(7%)이 그 뒤를 이었다. 명절증후군 증상을 완화하고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건강한 설 명절 나기 방법을 알아본다.
◇소화기증상 발생은 스트레스에 민감하기 때문
음식물을 소화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위는 자율신경의 영향을 받는다. 자율신경은 본인의 의지대로 제어할 수 없는 신경으로, 감정이나 정서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즉, 불안이나 우울, 스트레스, 긴장과 같은 자극이 자율 신경계를 자극해 위의 운동을 방해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설 등 명절 스트레스로 인해 소화불량을 겪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명절 때 스트레스로 인해 변비나 설사를 겪는 사람도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흥분해 순간적으로 많은 혈액을 근육에 공급하므로, 상대적으로 소화기관에는 평소보다 적은 양의 혈액만 있게 되는데, 이러한 경우 의지와는 상관없이 소화기관의 운동이 느려져 소화불량이나 변비가 생길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에서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호르몬이 나와 위액이 과다하게 분비되기도 한다. 과다 분비된 위액이 십이지장에서 미쳐 중화되지 못한 채로 소장으로 오게 되면 소장 및 대장의 음식물을 빨리 내려보내 설사 증상이 나타나기 쉽다.
스트레스로 인한 소화기증상은 말 그대로 심리적 불안과 갈등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장시간의 운전 중, 혹은 설 음식을 만드는 도중 잠깐씩 휴식시간을 가지도록 한다. 이때 안정된 자세로 눈을 감고 명상을 하거나, 심호흡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운동은 엔도르핀을 생성해 긍정적인 생각에 도움을 주므로 가족들과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도 좋다.
명절 때마다 스트레스로 소화기 증상을 겪는 사람은 음식 섭취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평소 먹었을 때 불편한 증상이 있는 음식을 되도록 피하고, 기름진 음식은 위의 소화능력을 떨어뜨리므로 자제한다.
◇과식, 기름진 음식은 소화불량, 위산역류 초래
명절이면 으레 푸짐한 음식을 만들게 된다. 가족들과 모여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음식을 먹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과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음식물은 위의 수축작용에 의해 잘게 분쇄되는 과정을 거치는데, 과식을 하게 되면 위가 비정상적으로 팽창해 제대로 음식을 분쇄할 수 없게 돼 소화장애가 일어날 수 있다.
소화기 질환 전문 비에비스 나무병원 민영일 대표원장은"설 때에는 과식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며 "갈비찜·나물·각종 전·잡채 등 대부분의 음식이 기름에 굽고 지지고 볶는 등의 조리법을 사용해 지방이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방이 많은 음식은 위의 소화 능력을 떨어뜨려 소화불량을 야기하기 쉽다는 것. 또한 동물성 지방이 가득한 고지방식은 식도와 위 사이의 괄약근을 느슨하게 만들 뿐 아니라, 위산 분비를 촉진하고, 또한 위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 역류 기회를 제공한다. 위 속에 있어야 할 위산 또는 위액이 식도로 역류하는 현상이 지속되면 식도 곳곳이 헐거나 염증을 일으키는 역류성 식도염이 발생하기 쉽다.
산해진미를 바로 눈앞에 두고 먹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므로, 조리시부터 기름을 적게 사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물 등은 볶는 대신 무치는 조리법으로 바꾸고, 튀김의 경우 최대한 튀김옷을 얇게 입혀 기름의 흡수를 줄이도록 한다.
◇오래 보관한 설 음식, 식중독 주의
식중독도 간과하면 안 된다. 명절 음식은 한꺼번에 대량으로 조리하기 때문에 두고두고 먹는 경우가 많아 상할 우려가 많다. 또한 손으로 빚어 만드는 음식은 미생물에 오염될 가능성이 크다. 실내기온이 높을수록 음식이 상하기 쉬우므로 식중독에 더욱 주의하도록 한다.
식중독의 주된 증상은 구토, 복통, 메스꺼움, 설사 등으로, 간혹 열이 나거나 혈변을 보는 경우도 있다. 음식을 먹은 후 빠르면 1시간, 늦어도 72시간 안에 증상이 나타난다. 같은 음식을 먹은 가족 중 2명 이상이 구토,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을 보이면 일단 식중독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만약 상온에 오래 두었던 설 음식을 먹고 식중독 의심 증상이 나타난다면, 자가진단에 의한 약 복용보다는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섭취한 독성물질을 체외로 내보낼 필요가 있기 때문에 임의로 약을 복용해 구토나 설사를 멈추는 것이 오히려 해가될 수 있다. 물은 많이 마시는 것이 좋다.
설사 등으로 수분이 체내에서 빠져나갔을 확률이 높기 때문. 물을 마실 때 소금이나 설탕을 조금 타서 마시면 몸속의 전해질 균형이 깨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함부로 음식을 먹으면 설사가 더 심해질 수 있으므로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을 조심스럽게 먹으면서 체력소모를 최소한으로 하도록 한다.
◇근육통은 찜질, 반신욕으로 풀어야
명절 증후군의 증상으로 근육 및 관절 통증도 흔하다. 설에는 장시간 운전 등으로 인해 목, 어깨, 허리 등에 무리가 가서 근육 및 관절의 피로감이 높아질 수 있다. 명절 음식을 만들 때, 특히 전을 부칠 때 한 자리 쪼그리고 앉아있는 시간이 긴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근육통 및 관절통을 예방하려면 운전이나 음식을 할 때, 간간히 스트레칭을 해 척추 주변의 인대와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어야 한다. 이미 근육통이 생겼다면, 하루와 이틀째는 냉찜질로 부기와 염증을 가라앉힌 뒤 사흘째부터 온찜질로 바꿔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면 통증 감소에 도움이 된다. 뜨거운 물수건이나 샤워기를 이용해 따뜻한 물로 마사지를 하거나,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는 방법도 괜찮다. 반면 무리한 사우나는 오히려 피로가 가중될 우려가 있으므로 삼가는 게 좋다.
◇명절 두통! 스트레스, 수면부족, 피로에 의해 악화
명절증후군 증상으로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다. 병적인 원인이 아닌, 스트레스 등으로 나타나는 두통은 '긴장성 두통'이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 등으로 심리상태가 불안정할 경우 나타날 수 있다. 신체가 피로하거나 불량한 자세가 계속돼 근육이 수축하고 미세혈관에 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발생하기도 한다. 진통제에 의해 증상이 잘 완화된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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