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어묵업체는 100여 개. 이 중 절반 정도가 부산에 있다. 1953년 설립된 삼진어묵은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어묵 업체 중 하나다. 한국전쟁 때 선친인 박재덕 대표가 부산 영도 봉래 시장에 자리잡은 뒤 박종수 대표가 1986년 가업을 이어받았다.
박 대표는 "맛을 중시한 선친의 뜻에 따라 어묵고로케 같은 고급 제품은 밀가루를 넣지 않고 전분을 이용해 생선살 비율을 90%까지 끌어올린 것이 삼진어묵의 가장 큰 특징”이라며 "지금도 새벽 4시에 일어나 그 날 쓸 감자와 고구마 등을 직접 사서 재료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국내 어묵 시장 규모는 5000억원 정도로 추산되지만 재래시장 등에서 판매하는 영세 어묵까지 포함하면 연 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진어묵의 지난해 매출액은 250억원 가량. 올해 들어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5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산어묵조합 등록 업체 중 가장 높은 매출액이다.
지난 2013년만 하더라도 삼진어묵 매출액은 100억원 안팎이었다. 짧은 시간내 급격한 매출이 급증한 이유는 무엇보다 빵처럼 다양한 종류의 어묵을 사서 바로 먹을 수 있는 베이커리형 매장 도입이 컸다. 국내 최초로 어묵 베이커리 매장이 성공하면서 현재 공장 3곳에서 60여 개의 어묵을 개발, 부산역 등 직영점 4곳을 운영하고 있다.
어묵 베이커리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은 어묵 크로켓이다. 치즈와 카레 등 크로켓 속을 어묵으로 두툼하게 감싼 뒤 빵가루를 입혀 살짝 튀겨 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삼진어묵이 선보이면서 이제는 부산 대부분의 어묵집이 어묵 크로켓을 만들고 있다. 롯데와 KFC 등 대형업체도 어묵 크로켓 제조에 나섰고 죠스떡볶이는 삼진어묵에서 제품을 공급받아 판매에 들어갔다. 홈쇼핑, 롯데백화점 등에도 관련 제품이 납품된다.
박 대표는 "베이커리형 매장을 열기에 앞서 신제품 개발에 고심하다 나온 작품”이라며 "직원들 점심을 위해 돈가스를 튀기다가 어묵에 접목해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한 것이 대박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어묵 크로켓의 하루 평균 판매량은 3만개. 튀겨지기 무섭게 팔려나간다. 어묵 크로켓 외에도 고추 어묵, 버섯 어묵 등 하루 100만개의 어묵이 판매된다. 롯데 잠실점 식품관에서 팝업스토어 형식으로 매장을 열었을 당시 팝업스토어 사상 하루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고 롯데몰 동부산점에서는 한 달만에 구매고객수가 2만명을 넘어서면서 3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냈다. 부산역 매장은 전국 역사 매출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삼진어묵은 몰리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직원 100여 명을 신규채용하면서 올해 직원 수만 200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일본에 2억원 어치의 어묵을 수출한 데 이어 호주, 동남아시아 등으로 수출 지역을 늘렸고 올해는 중국 유명 식품업체와 업무협약(MOU)을 진행 중이다.
박 대표는 "일본의 경우 어묵 관련 간식이 전체 어묵 시장의 30%를 차지하지만 국내의 경우 5%에 불과하다”며 "올해 연구개발(R&D) 부서를 신설한 만큼 어묵 종류를 늘리고 어묵과 어울리는 음료도 개발, 체험형 매장 확대 역시 지속적으로 고민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부산 영도에 위치한 본점에는 어묵 피자, 어묵 튀김 등을 만들 수 있는 체험형 매장을 비롯해 어묵 박물관, 어묵 카페 등이 들어서 있다. 통유리를 통해 어묵 제조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 반응이
그는 "올해 1월 1일부로 개인 사업자에서 주식회사로 법인전환에 성공한 만큼 100년을 내다볼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이 목표”라며 "'어묵은 불량식품'이라던 과거 오명을 벗어나 아이들 간식은 물론 건강식으로도 손색이 없는 어묵 제품으로 대표 간식인 빵과 경쟁하겠다”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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