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건설 시작, 2050년에는 완공해 누구나 엘리베이터로 우주여행을 가능하게 만들겠다”
일본의 대형건설기업인 오바야시건설은 지난해 9월 지금부터 35년 뒤인 2050년 자기부상열차를 활용한 우주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인간을 우주로 보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지구상의 한 지점에 엘리베이터 승강장을 만들고 지상 위 3만6000km 고도의 정지궤도상에 우주 정거장을 건설한다. 그리고 두 지점을 엘리베이터로 연결해 오르내린다는 계획이다.
지상에서 몇 만km 상공에 구조물을 만들어 이를 지상의 특정 부분과 연결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강철 등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일반적인 소재로는 건설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주 엘리베이터 소재로 가장 적합하다고 알려진 물질은 탄소나노튜브다. 탄소나노튜브는 육각형 고리로 연결된 탄소들이 긴 대롱 모양을 이루는 지름 1nm(나노미터, 10억분의 1m)크기의 미세한 분자다. 탄소나노튜브는 강철보다 강도가 100배이상 높고 전기전도도와 열전도율도 매우 좋다. 속이 비어있는 구조로 무게도 가볍다. 가벼움과 튼튼함을 모두 갖춘 ‘꿈의 소재’인 셈이다.
탄소나노튜브는 이런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굵기다. 탄소나노튜브는 ‘나노’라는 말처럼 굵기가 나노단위인 작은 물질이라 우주 엘리베이터 건설에 사용하려면 먼저 이를 굵게 가공해야 한다.
재료연구소 탄소복합재료연구실 이제욱 박사는 “새끼를 꼬듯 탄소나노튜브를 여러 가닥 꼬아서 굵게 만들어 볼 수 있지만 탄소나노튜브가 워낙 가늘다보니 수천 가닥을 꼬아도 머리카락 정도 굵기밖에 안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약한 결합력도 문제다. 포스텍 화학공학과 이건홍 교수는 “탄소나노튜브는 튜브형태의 구조라 꼬아놔도 양쪽에서 잡아당기면 튜브끼리 미끄러지면서 풀려버릴 수 있다”며 “나노튜브 옆면에 접착제와 같은 화학결합을 도입해 미끄러지는 현상을 막기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탄소나노튜브를 꼬아서 실(섬유)을 만들면 1기가파스칼(GPa, 1㎡당 1000t의 압력을 견디는 힘) 정도인데 현재는 5GPa까지 가능하다”며 “최소 50GPa은 되야 우주 엘리베이터에 사용 가능하고 안전성에 큰 우려가 없으려면 100GPa은 되야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여러다발의 섬유를 꼬아놨을때 이들 간 빈 공간이 없게 붙이는 기술이 중요하다”며 “결합성을 높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 과학자들이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탄소나노튜브는 결합력 외에도 단점이 하나 더 있다. 대기권 상층부에서 산화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태양에서 고에너지를 가진 입자들이 방출돼 지구로 날아오는데 대기 중 산소(O2)가 ‘우주선(cosmic rays)’을 만나면 산소 원자(O)로 쪼개진다. 이 산소 원자가 탄소나노튜브를 이루고 있는 탄소(C)와 반응해 일산화탄소(CO)가 만들어진다. 탄소나노튜브의 탄소들이 빠져나가면서 마치 ‘골다공증’환자처럼 탄소나노튜브에 여기저기 구멍이 뚫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교수는 “나사에서 보론나이트라이드(BN, 붕소와 질소 결합물)라는 물질로 새로운 튜브를 만들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며 “보론나이트라이드는 산소와 결합해 손상될 위험은 없지만 만들기가 매우 어려워 대량양산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우주방사선 노출도 해결해야할 문제다. 건국대학교 이창진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지구와 달리 우주로 나갈 경우 우주방사선에 직접적으로 노출된다”며 “방사선은 100% 차단할 수 없기에 방사능을 최대한 막을 수 있도록 우주 엘리베이터를 설계하는 등 피폭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로체스터대학교는 우주에서 노출되는 방사선 양이 지구의 20배가 넘는다며 우주비행으로 알츠하이머 등 뇌 인지기능을 저하시키는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구 환경변화도 극복해야할 요소다. 현재 우주엘리베이터 지상기지의 최적지는 적도부근으로 알려져 있다. 바람이 적고 기상변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매년 미국에서 열리는 ISEC(국제우주엘리베이터컨퍼런스)에 참가하고 있는 이건홍 교수는 “지상 정거장은 바다 위에 석유시추시설처럼 플랫폼을 띄워두는 방식”이라며 “컨퍼런스에서 구조물이 파도, 바람 등에 견딜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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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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