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업체는 하청업체인 60개사에 하도급 대금을 작년보다 10% 인하하겠다고 통보했다. 일방적으로 가격을 낮춰 하청업체의 고혈을 짜내겠다는 심뽀다.
하청업체들은 그러나 A사의 고질적인 하도급 대금 단가 후려치기에도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당국에 신고하더라도 어떻게든 신원이 드러나 보복을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말 못할 두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대기업의 불공정행위 신고에 따른 보복 조치가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길이 열린다.
하도급업체나 유통사 납품업체는 이달 25일부터 회사나 제보자 자신의 신원을 드러내지 않고도 공정거래위원회에 상대 업체의 불공정행위를 신고할 수 있게 된다. 공정위는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을 고려해 25일부터 하도급분야와 유통분야의 익명제보센터를 운영한다고 24일 밝혔다.
공정위 익명제보센터는 하도급법과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를 우선 대상으로 운영한다. 제보자가 익명제보센터에 상대 회사의 불공정행위를 신고하더라도 공정위에는 인터넷 프로토콜(IP)주소나 인적사항 등이 나타나지 않는다. 또 사건이 제보되면 해당 거래뿐만 아니라 비슷한 여러 건을 묶어서 조사해 익명을 보장하기로 했다.
최무진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과장은 “제보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조사대상을 제보된 특정거래로 한정하지 않고 여러 건을 묶어 조사할 것”이라며 “제보자의 신원을 대기업이 추정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익명제보사건은 직원 5명으로 구성된 전담반이 운영한다. 다만 제보된 내용이 음해성이거나 사실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제보된 내용에 대해서는 사전에 충분히 검증한 뒤에 조사 여부를 결정하기로도 했다. 최무진 과장은 “익명제보센터가 운영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대기업에게는 불공정 행위
공정위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과제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행위 관행 근절을 추진해 왔다. 익명제보센터도 이같은 배경의 연장선상에서 구축됐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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