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의 모바일 게임업체 넷마블게임즈가 야심차게 내놓은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Role Playing Game)‘인 ‘레이븐 with NAVER’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 게임은 흥행 보증수표로 인식되던 ‘카카오 게임하기’ 플랫폼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일궈낸 성과여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4일 모바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넷마블의 레이븐은 지난 17일부터 이날까지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 등 양대 앱 마켓에서 최고 매출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게임은 지난 12일 출시됐다.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출시 이틀 만에 최고 매출 순위 1위에 올랐고, 구글 플레이에서는 5일 만에 1위에 등극했다. 통상 유저들이 어느 정도 게임을 플레이한 뒤 현금 결제를 할지 말지를 결정하기 때문에 다운로드 순위가 먼저 오르고 매출 순위가 뒤따라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레이븐은 출시와 동시에 수익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 한해 광고비로 200억원 이상을 쏟아부으며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평정한 슈퍼셀의 ‘클래시오브클랜’을 반년여 만에 2위로 밀어내며 거둔 성과라 더욱 의미가 있다. 클래시오브 클랜의 월 매출액은 150억원에서 2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갓 출시된 레이븐은 클래시오브클랜이 1년 반 동안 쌓아온 아성을 불과 5일 만에 깬 셈이다.
레이븐이 출시 5일 만에 구글 플레이 스토어 매출 1위에 오른 것은 역대 최단 기록이다. 기존 최단 기록은 지난해 최대 흥행작이었던 네시삼십삼분의 ‘블레이드 for Kakao’로 8일 만에 매출 1위에 오른 바 있다. 지난 2013년 출시된 넷마블의 ‘몬스터 길들이기 for Kakao’는 출시 16일 만에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넷마블이 그동안 의존도가 높았던 카카오 게임하기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레이븐을 출시한 점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많은 게임을 흥행 궤도에 올려놨지만 카카오 게임하기의 높은 수수료 때문에 정작 이익 규모가 기대치를 밑돌자 넷마블도 탈 카카오 행렬에 동참했다는 분석이다.
넷마블이 그동안 내놓은 ‘세븐나이츠’, ‘모두의 마블’, ‘몬스터 길들이기’, ‘다함께 차차차’ 등의 흥행작은 모두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출시됐다. 카카오 게임하기의 수수료율은 21%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구글이나 애플이 떼어가는 수수료율 30%를 제외하면 전체 매출의 49%만이 게임사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모바일 게임의 잇따른 성공으로 넷마블의 지난해 매출은 5756억원으로 3년새 2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035억원으로, 매출액 2347억원의 컴투스가 거둔 영업이익 1012억원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영업이익률 43%를 기록한 컴투스는 독자 플랫폼을 통해 모바일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넷마블은 연초에 이미 기대작 ‘레이븐’과 ‘크로노블레이드’ 2종의 게임을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출시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대신 포털 1위 네이버와 마케팅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네이버가 포털 사이트를 통해 이들 모바일 게임을 홍보해주면 게임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나눠주는 구조다. ‘레이븐 for Kakao’가 아닌 ‘레이븐 with NAVER’로 게임명이 결정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레이븐의 성공이 최근 불고 있는 탈 카카오 바람을 더욱 부채질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가장 돈을 잘 버는 모바일 게임 1, 2위인 레이븐과 클래시오브클랜 모두 비(非) 카카오 게임이기 때문이다. 특히 독자적인 마케팅 능력을 갖춘 대형 모바일 게임사의 경우 카카오
모바일 게임업계 관계자는 “넷마블과 네시삼십삼분이 다음카카오를 먹여살린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넷마블이 카카오 게임의 품을 떠나서도 성공하면서 다음카카오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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