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출입 상품의 교역조건이 4년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석유 소비량의 97%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유가 하락으로 수입가격이 수출가격보다 더 크게 떨어지면 교역조건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다만 교역조건이 개선됐는데도 수입 물량은 2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 내수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를 더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순상품 교역조건지수는 지난달 100.52로 1년 전보다 12.6% 상승했다. 순상품교역조건 지수는 한 단위를 수출해 벌어들인 돈(달러 기준)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보여준다. 기준연도인 2010년에 한 단위 수출 대금으로 상품 100개를 수입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100.52개라는 뜻이다.
올해 2월의 순상품교역조건 지수는 2010년 7월(100.5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작년 하반기 국제유가가 본격적인 하락세를 타자 이 지수는 같은 해 9월부터 6개월 연속 올랐다. 지난해 10월 1.3%, 11월 3.0%, 12월 3.9%, 올해 1월 8.6% 등 상승 폭도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달에도 수출가격(-9.4%)보다 수입가격(-19.6%)의 하락폭이 커 수출입 교역조건이 좋아졌다. 올해 2월 두바이유 평균가격이 1년 전보다 47% 떨어진 영향이다.
한 단위가 아닌 전체 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지수화한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10.1% 상승했다.
2월 수출물량은 1년 전보다 2.3% 줄었다. 품목별로는 농림수산품(27.6%), 섬유·가죽제품(21.6%), 수송장비(13.3%) 등의 물량 감소 폭이 컸다. 수출금액도 11.5% 줄었다. 유가 하락으로 석탄·석유제품 수출액이 42.7% 급감했고 농림수산품 수출액도 31.4% 줄었다.
수입물량은 1.0% 감소했다. 물량으로 따진 수입이 줄어든 것은 지난 2013년 2월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이창헌 한은 물가통계팀 과장은 “올해 2월에는 설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로 수입 물량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며 “1·2월을 합친 물량을 보면 수입 증가 추세가 기조적으로 꺾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제유가가 하락하자 대체제인 LNG(액화천연가스)의 수입이 감소해 수입 물량이 줄어든 측면도 있다. 유가 하락이 반영되기는 했지만 2월 수입은 앞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통관 금액 기준으로도 20% 가까이 줄어 내수 경기가 꺾인 것 아니냐는 우
지난달에는 석탄·석유제품(-13.4%), 농림수산품(-13.0%), 제1차금속제품(-9.6%)의 수입 물량이 많이 줄었다. 수입액은 20.4% 줄었다. 석탄·석유제품과 광산품 수입금액이 각각 53.9%, 43.9% 감소한 영향이 컸다. 수입액은 5개월째 감소세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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