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주주총회가 개인 주주들의 성토장으로 변했다.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인 넥슨측은 우려를 전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개인 주주들은 김택진 대표 재선임안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개인 주주들은 표대결까지 끌고 갔지만 김 대표의 재선임안 통과는 막지 못했다.
27일 엔씨소프트는 판교 R&D센터에서 제18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사내이사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 주요 안건을 모두 가결시켰다.
이날 주주총회는 최근 엔씨소프트와 최대주주 넥슨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정작 주총의 주인공은 개인 주주들이었다. 개인 주주들은 김택진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상정되자 잇따라 반대 의견을 쏟아냈다. 넷마블게임즈 지분의 고평가, 김택진 대표의 부인인 윤송이 부사장의 사장 승진,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의 헐값 매각, 야구단 창단 등 최근 불거진 이슈들을 거론하면서 김택진 대표를 몰아붙였다.
한 주주는 “김택진 대표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넷마블과 지분 교환을 하면서 상식 이상으로 가격을 책정했다”라며 “또 윤송이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야구단을 창단하는 등 김택진 대표의 개인 취미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주주 가치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개인 주주도 “야구단을 만들자마자 주가가 떨어졌고 엔트리브소프트 인수도 실패했다. 넥슨과의 지분 제휴 이후 주가가 반토막이 났을 뿐만 아니라 지금 경영권이 위태로운 지경”이라며 “그동안 김 대표의 경영 판단 중에서 제대로 된 게 뭐가 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주주 역시 “김택진 대표는 주당 25만원에 지분을 대량 매각한 뒤 연봉을 올려 받는 행태를 보이는 등 책임 경영에 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며 “넷마블이 급성장하고 있어서 기업가치를 높게 책정했다는 것은 엔씨소프트의 성장 전망을 낮게 보고 있다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김택진 대표는 쏟아지는 주주들의 질책에 진땀을 뺐다.
김 대표는 “윤송이 사장은 2011년 북미·유럽 법인의 CEO로 선임된 이후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라면서 “넷마블은 최고의 모바일 게임사로서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몇년이 지나면 이번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야구단은 엔씨소프트의 사회적 기여 활동으로 개인적인 재벌 놀음이 절대 아니다”라며 “주가 하락은 절대 엔씨소프트 경영진이 방만해서 그런 것이 아니며 엔씨소프트는 3년 동안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넥슨측은 최근 엔씨소프트에 우려를 전달하면서 투명한 경영을 주문했다. 하지만 김택진 대표의 재선임안에는 반대하지 않았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김정욱 넥슨코리아 전무는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주주로서 엔씨소프트의 기업 활동에 대해 우려를 가지고 있다”라며 “넷마블게임즈와의 주식 교환과 협업이 과연 진지한 주주가치 향상을 위한 것인지, 진지한 숙고를 거쳐 나온 결정인지 의문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넷마블게임즈 주식 교환건을 결정하는 과정과 관련한 구체적인 자료를 투명하게 주주에게 공개하라. 또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방식으로 협업의 성과와 진행 과정을 주주에게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넥슨측이 김택진 대표 재선임안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일찌감치 밝히면서 표결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주류를 이뤘지만 계속되는 주주들의 반대 의견에 결국 김택진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은 표결에 부쳐졌다. 김택진 대표 사내이사 재선임안은 참석 주식수 1165만주 가운데 1096만주가 찬성표를, 69만주가 반대표를 던져 가결됐다.
엔씨소프트의 4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3개 안건 모두에 찬성표를
[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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