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한 한 지상파 방송의 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에서는 등장인물들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장면이 나왔다. 인터넷에서 오디오 관련 용품을 검색하는 일상적인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속의 풍경은 낯설게 느껴진다. 등장인물이 검색하는 쇼핑몰은 국내 쇼핑몰이 아닌 중국어로 된 ‘JD닷컴’이라는 쇼핑몰이기 때문이다. JD닷컴은 중국 내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형 온라인 쇼핑몰이다.
JD닷컴은 지난해 가수 겸 배우 정지훈(비)가 출연했던 드라마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의 한 장면에도 등장했다. 배우들은 JD닷컴 사이트에서 물건을 검색하며 “요새 핫한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인데 이곳에 쇼핑몰을 차리면 대박 날 것 같지 않냐”며 친절히 이 사이트를 소개하기까지 한다.
JD닷컴 등 중국 유통 공룡들이 PPL(product placement·간접광고)를 통해 우리나라 안방드라마까지 점령하고 있다. 하이드 지킬 나를 제작한 드라마 제작사 KPJ의 장진욱 대표는 “현빈씨 등 한류 배우들의 영향이 크다”며 “이들이 한국 시장에 자신들의 브랜드를 알리는데 관심이 있다기 보다는 한국드라마를 사랑하는 중국 20대 젊은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국내 드라마에도 제작 지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간접광고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신제품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중국 쇼핑몰의 경우 중국의 젊은 층에 노출되기 위해서 국내 드라마 PPL을 활용한다. 한류 스타가 등장하는 드라마에는 주요 중국 업체들의 제작 문의가 쏟아진다는 게 관련 업계의 전언이다. 중국 1위이자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 기업인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는 1년 전 방영한 드라마는 한류 아이돌 박유천씨가 주인공인 ‘쓰리데이즈’의 제작을 지원했다. 마지막회에서 극 중 주인공 남녀가 함께 갈 식당을 예약하는 장면에서 이들은 ‘타오바오디엔’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장면이 노출됐다. 타오바오는 쓰리데이즈 직후 방영된 드라마인 ‘닥터 이방인’에도 자사의 어플리케이션과 홈페이지, 택배 박스 등을 지속적으로 노출시켰다. 닥터 이방인은 타오바오 외에도 중국 맥주회사 리오의 칵테일, GM 차이나의 자동차도 노출된 바 있다.
중국의 주요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PPL등을 통해 국내 드라마 제작 지원에 뛰어드는 이유는 지난 2013년 말부터 작년 초까지 방영했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가 일으킨 한류 돌풍 때문이다. 당시 주연배우인 전지현(천송이)이 사용한 립스틱은 1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을 방문한 중국 여행객들의 구매 1순위다. 타오바오 내에서는 ‘천송이 코트’, ‘천송이 선글라스’등의 관련 상품이 100페이지를 훌쩍 넘기며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한국 드라마에 쇼핑몰 사이트를 노출시키면서 신규 가입자를 끌어올리고 구매를 유도하겠다는 게 이들의 복안이다.
덩치가 큰 중국 브랜드들이 국내 드라마 제작 지원에 뛰어 들고 있는 현실에 대해 일부는 ‘한류를 통한 새로운 외화벌이’라고 환영한다. 하지만 자금력 있는 중국 기업들이 국내 드라마 간접광고 시장까지 잠식하는데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들이 협찬 경쟁을 펼치며 드라마 제작지원비가 천정부지로 솟는다면 국내 중소 브랜드들은 드라마를 알릴 기회 조차 박탈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국내 드라마에 다소 ‘생뚱맞게’ 중국어로 된 제품과 온라인 사이트가 등장해 몰입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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