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관람과 야외 나들이가 잦은 계절이 오면서 치맥(치킨+맥주), 콜라, 아이스크림 등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건강한 사람들은 과음 과식만 피하면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콩팥병 환자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콩팥병 치료를 위해 나트륨, 단백질, 칼륨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에 못지않게 영향을 주는 영양소가 인(燐)이다. 치킨과 맥주, 콜라, 아이스크림, 치즈 등은 모두 인이 많은 식품이다.
인은 나트륨, 단백질, 칼륨과 함께 콩팥병의 ‘4적’으로 꼽힌다. 인이 왜 콩팥병의 4적 가운데 하나이며, 인 섭취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은 모든 생명 에너지의 원천
식물이 광합성을 할 때 태양 에너지는 ‘아데노신 3인산(燐酸)’이라고 하는 ATP(adenocine triphosphate)에 저장된다. ATP는 결합 에너지다. 식품으로 섭취돼 몸 안으로 들어온 ATP는 분해돼 ADP와 에너지로 나뉜다. 이 에너지로 생명체가 살아간다. ATP의 주요 구성 물질이 ‘인’이다. 그래서 모든 동식물에는 인이 존재한다.
인체의 경우 인의 약 85%가 칼슘과 함께 뼈 속에 들어 있다. 인은 뼈의 구성 성분이면서 동시에 호르몬 형성, 감각운동, 신경기능, 산-염기의 균형 조절 등에도 관여한다. 식품 속의 인은 체내 대사 과정을 거쳐 콩팥에서 걸러져 소변으로 배출된다. 콩팥 기능이 정상이면 다소 많은 인을 섭취해도 배출하는 데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콩팥병이 생기면 인을 원활하게 배출하지 못해 몸 안에서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콩팥병 환자 과다 섭취 인, 심혈관 질환 유발
콩팥병 환자의 하루 인 권장 섭취량은 800mg으로 일반인(1200mg)의 약 67%이다.
콩팥병 환자가 인을 권장량 이상으로 과도하게 섭취하면 어떻게 될까?
첫째, 콩팥 기능이 떨어져 인을 원활하게 내보내지 못하면 혈중 인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진다. 그러면 인의 농도를 낮추기 위해 혈중 칼슘이 계속 인과 결합한다. 그래도 인 농도는 잘 내려가지 않아 혈중 칼슘을 많이 소모한다.
둘째, 혈중 칼슘 농도가 기준보다 낮아지면 이를 부갑상선이 감지해 부갑상선 호르몬 분비량을 높인다. 이렇게 되면 뼈 속 칼슘이 혈액 속으로 빠져나와 인과 결합한다. 뼈 속 칼슘이 많이 빠져나가면 골연화증(osteomalacia)이나 골다공증이 발생한다. 이들은 뼈 골절이나 부서짐의 주 원인이다.
셋째, 인과 칼슘 복합체는 혈액을 따라 근육, 혈관, 뇌, 심장 등 곳곳에 들러붙을 수 있다. 이것이 혈관 내벽에 붙으면 석회화에 의해 동맥경화증이 발생한다. 관상동맥에 이 현상이 나타나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등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증가한다. 콩팥병 환자들이 심혈관, 뇌혈관 질환 위험이 높은 이유 중의 하나가 과도한 인 때문이다.
◆인(燐) 적은 식사 쉽지 않아...콜라, 가공식품, 유제품 등 조심해야
식사는 물론 기호식품에도 인이 많이 들어 있어, 인 섭취를 줄이는 식습관 실천은 쉽지 않다.
한국지역사회영양학회의 ‘영양성분표’에 따르면 100g을 기준으로 인 함량이 많은 식품으로 말린 클로렐라(1536mg) 노가리(1493mg) 멸치(1429mg) 말린 홍합(1093mg) 등이 있다. 마른 오징어, 김, 미역 등도 인이 많다.
탈지분유(1014mg), 치즈(844mg) 등 유제품도 많으며, 치킨, 쇠고기, 쇠고기 육포, 베이컨, 햄 등 육류 및 육가공품에도 많다.
콜라 한 캔(330mL)에는 32mg, 맥주 한 캔(355mL)에는 61mg의 인이 함유돼 있다.
콩팥병 환자가 치킨 반 마리(650mg)에 맥주 1~2캔을 마시면 콩팥병 환자의 하루 인 권장 섭취량(800mg)에 육박한다.
특히 가공식품의 인이 문제다. 가공식품에는 주로 인산염의 형태로 인이 들어 있다. 인을 넣는 이유는 가공식품의 보존성과 식감(食感)을 좋게 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가공식품은 식품 자체에 든 인 뿐 아니라, 인산염 형태의 인까지 추가돼 콩팥병 환자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김성권 서울K내과 권장은 “기온이 높아지면서 치킨과 맥주, 콜라, 아이스크림 등의 수요가 증가하는데 이들 모두 인 함량이 높다”며 “또한 햄, 소시지, 통조림 등 가공식품들은 인 뿐 아니라 나트륨 함량도 높으므로 콩팥병 환자들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
김 원장은 “채소 속의 칼륨은 물에 데치는 등의 방법으로 줄일 수 있으나, 인은 줄일 방법이 마땅치 않으므로 인이 많은 식품을 적게 섭취하는 수밖에 없다”며 “콩팥병 환자들은 인을 배출하는 약(인 결합제)도 잘 복용해야 치료가 잘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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